최근 고생물학자들이 아마도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새의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틀란타의 에모리 대학 (Emory University in Atlanta) 의 흔적 화석 (trace fossil, 발자국이나 땅을 판 흔적처럼 생물체 자체가 아닌 살았던 흔적이 화석으로 남는 경우) 전문가인 앤서니 마틴 (Anthony Martin) 와 그의 동료들은 호주의 빅토리아주 남부의 Dinosaur Cove 의 해안 암석 지층에서 공룡이 아니라 새의 것으로 생각되는 발자국 두개를 발견했습니다. 이 흔적 화석의 연대는 1억 500 만년전으로 추정됩니다.
(1억 500 만년전의 새 발자국 화석. 두개의 별개의 새의 착지 흔적 화석임. The Cretaceous bird tracks were found on a slab of sandstone. (Credit: Photo by Alan Tait))
그런데 사실 새의 발자국 화석이라고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이 화석에 대해서는 한가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동시대를 살고 있었던 조류를 닮은 수각류 공룡의 발자국이 아닌가 하는 의문입니다. 이전 시조새 관련 포스트에서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2535814 참조) 언급했듯이 중생대에는 땅을 달리는 대형 수각류 깃털공룡에서 네개의 날개를 지니고 글라이더 비행을 하는 미크로랍토르 (Microraptor), 그리고 비둘기처럼 생긴 원시 조류 콘퓨시우소르니스 (Confuciusornis) 들이 공존했고 이들은 비슷한 골격 구조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고생물학자들은 이들이 발구조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수각류 공룡들과 달리 원시 조류들은 나무 가지를 붙잡는데 유리한 뒤로 향한 발가락 (rear toe) 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일부 수각류 공룡들도 뒤로 향한 발가락을 진화시켰다는 (주로는 나무위에서의 생활에 적응한 것으로 보임) 점입니다. 하지만 이 흔적 화석은 그 이상의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착륙의 흔적입니다.
연구의 주 저자인 마틴은 이 흔적 화석을 보자마자 이것이 현대의 백로나 왜가리가 착지할 때 해변가에 만드는 흔적과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보기 드문 흔적 화석인 새가 착지할 때 땅에 남은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흔적이 땅에 끌린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네요. 저 같은 비 전문가가 봐서는 확실히 모르겠는데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과학자들의 분석은 그렇다고 합니다. 아무튼 아래 그림을 보니 '과연 그렇군' 하는 생각이 들네요.
(새가 지상에 착륙할 때 뒤로 향한 발가락 때문에 끌린 흔적이 남게 됨. This is an illustration showing how the flight landing track was probably made as a bird set down on the moist sand of a river bank. Credit: Drawing by Anthony Martin )
사실 원시 조류의 진화는 1 억년보다 훨씬 이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1 억 500 만년전의 착지 흔적 화석이 있다는 일 자체는 놀라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오래된 화석이 잘 보존되어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중요한 과학적 성과입니다. 이 흔적은 강둑에 있는 습기를 머금은 모래 위에 만들어 진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이 흔적 화석이 여름이나 봄에 범람기가 지난 후인 겨울철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새의 이동이 중생대에 이미 존재했을 지 모릅니다.
흔적 화석은 이렇게 골격 화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흔적을 남긴 새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착륙했던 것일까요. 그냥 현대의 조류들이 그렇듯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였을까요. 겨울을 나기 위해 지나던 중에 영양을 보충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 아직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1 억 500 만년전 강둑에 착륙했던 두 마리의 새는 오랜 세월 후에 인간들의 주목을 받게 될지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Anthony J. Martin, Patricia Vickers-Rich, Thomas H. Rich, Michael Hall. Oldest known avian footprints from Australia: Eumeralla Formation (Albian), Dinosaur Cove, Victoria. Palaeontology, 2013; DOI: 10.1111/pala.1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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