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년 10월 1일. 미국에서는 대한 민국에서라면 참 보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2013 년 10월 1 일은 미 연방 정부의 2014 년 회계 년도가 시작되는 시점인데 (즉 2014 federal fiscal year : 2013 년 10월 1일부터 2014 년 9월 30일) 이 때까지도 2014 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연방 정부가 예산이 없어 정부의 부분 업무 정지 (셧 다운 shut down) 에 들어간 것입니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예산안이 통과 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서 임시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겠지만 (정부는 그 해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30일 전, 즉 12월2일까지 의결해야 하는데 만약 그해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올해 예산 집행액을 기준으로 '준예산'을 편성할 수 있습니다. 준예산을 통해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을 위한 경비는 충당 가능합니다) 미국의 경우 더 복잡해서 '핵심 기능' 을 제외한 연방 정부 기능이 셧다운 됩니다.
미국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을 통과시키는 국회의 힘이 더 막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양원제 의회인데다 양당제 정치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지금처럼 상원은 민주당,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태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예산안이 한도 시점까지 통과되지 않아 실제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록 지난 1995 년 - 1996 년 사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이후 한동안 셧다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결국 17 년 만인 2013 년 10월 1일 다시 셧다운이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미국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셧다운이 발생한 사실 그 자체보다 공화당/민주당의 첨예한 대립이 장차 더 큰문제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일단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은 바로 오바마 케어로 알려진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PPACA) 는 이전 대선 때 부터 아주 심각한 논란 거리였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2/06/blog-post_1784.html 참조)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2 선에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에 대해서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이를 무력화 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가진 여러가지 문제 중에 가장 심각하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의료 보험 시스템입니다.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국가 단위의 의료 보험 및 보장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미국은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의료 보험 없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의료 보험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혹은 치료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 국가의 공적 보조 시스템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역시 미국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 이 내용은 http://jjy0501.blogspot.kr/2012/05/4_09.html 참조)
오바마케어는 현재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 중 3200 만명에게 의료보험을 확대 적용하려는 것으로써 국가 단위 의료 보험 시스템을 위한 첫걸음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미국의 의료 서비스 비용과 아주 많은 취약 계층에게 새롭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 때문에 오바마케어는 2013 년 이후 향후 10 년간 1.76 조 달러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미국 의회 예산국 (CBO) 는 추정한 바 있습니다.
역시 돈 문제가 가장 심각한 논란 거리가 될 수 밖에 없는 데 이를 지불해야 하는 중산층 이상 계층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고 반대로 그 이하 계층들은 찬성하는 의견이 많아서 미국내에서도 오바마 케어에 대한 지지는 극명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정당으로 보면 민주당이 이를 추진하고 공화당이 이를 결사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념적으로 봤을 때 이미 다른 선진국과 한국에는 일반적이 개념이 된 '보편적 건강 보험 제도' 에 대한 찬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의아할 수 도 있지만 역시 돈 문제가 (세금의 형태로)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죠.
아무튼 2013 년 10월 1일 부터 오바마 케어의 첫단계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은 등록 절차를 밟아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우리 나라 처럼 단일 보험 시스템이 아니라 온라인 건강 보험 장터 (Health Insurance Market Place) 에서 보험 상품을 구입해야 합니다. 아직 의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수천만명의 미국인이 이를 통해 다양한 보험에 가입하고 내년 1월 1일 부터 혜택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는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 시행을 1 년 유예 시키는 내용의 예산안을 자신들이 우세한 하원에서 통과시켰습니다. (9월 20일) 이 2014 수정 예산안에 반대한 민주당은 자신들이 우세한 상원에서 이를 되돌린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9월 27일) 하지만 이를 다시 하원에서 수정 예산안으로 돌리고 (9월 28일) 다시 상원이 하원 예산안을 거부 (9월 30일) 하는 등 지속적인 '피퐁 게임' 이 지속되면서 시간은 흘러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셧다운이 발생한 것입니다. 9월 30일 하루만 미 상원과 하원이 총 3 번에 걸처 2014 회계년도 잠정 예산안을 통과 시키면서 서로의 안을 부결시키는 웃지 못할 추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2013 셧다운으로 문을 닫은 USDA (미 농무부) 홈페이지 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s website noted that it is unavailable while not funded. )
이번 셧다운으로 연방 정부 공무원 80 - 120 만명 정도가 예산이 없어 쉴수 밖에 없는 사태이고 당장에는 큰 혼란이 없다해도 장기적으로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장기화 되는 경우 미국의 내수가 위축되며 이는 세계 경제에 다른 먹구름을 드릴 가능성이 있죠. 오히려 이런 부분 때문에 부담되는 정치권이 빠른 대타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셧다운을 일으킨 오바마케어 만큼이나 큰 쟁점 하나가 미국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는 16.7 조 달러로 정해진 부채 한도를 조정하는 부채 한도 협상입니다. 미국은 부득이 막대한 국채를 발행해 적자 재정을 유지하고 있는데 만약 부채 한도 조정이 없다면 (시한이 10월 17일) 미국은 디폴트 상태에 빠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게 됩니다.
미 정치권은 이번 셧다운 사태에서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바다 건너 미국의 어떤 혈맹 국가 정치권을 연상하게 만드는 수준 낮은 대립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념적 차이가 큰 것은 사실 그 지지세력의 이념 차이가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00 년 대 이후 거론되는 '두개의 미국' 은 사실 시간이 갈수록 그 대립의 골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셧다운은 이런 미국의 내부 갈등을 보여주는 한가지 사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미국 내부적으로 이념 대립이 심하고 서로의 정책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반대하려 들 경우 미국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안팎에서 부채 한도 협상에 실패해서 디폴트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것도 이렇게 보면 당연합니다. 이번 셧다운 사건은 민주/공화 양당이 극한 대립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세계는 미국의 정치력과 위기 관리 능력을 의심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미국의 국가적 위신과 경제력은 아주 큰 유형 무형의 타격을 입게 될 것 입니다. 물론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배가 침몰하는데 그것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추태를 계속 보인다면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최종적인 결과는 승리가 아닌 미국이라는 배가 침몰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이걸 모르진 않겠지만 당장에 정치적 입지 때문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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