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가솔린을 생산하는 대장균



 미생물을 이용해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나 혹은 화석 연료 대체가 가능한 액체 연료 생산이었습니다. 최근 한국의 카이스트 (KAIST) 의 연구자들은 처음으로 직접 가솔린을 만드는 미생물을 보고했습니다.


 가솔린은 알칸 (Alkane) 화합물의 일종입니다. 이는 지방족 포화 탄화 수소의 일종으로 CnH2n+n 화학식을 가진 분자입니다. 이 분자들은 모든 탄소 원자가 일렬로 배열된 n - 파라핀과 탄소 사슬 모양으로 가지가 있는 n - 이소파라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 탄소수 n 에 따라 메탄 (n=1), 에탄 (n=2), 프로판 (n=3), 부탄 (n=4), 펜탄 (n=6), 헥탄 (n=6), 헵탄 (n=7), 옥탄 (n=8) 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중 메탄/에탄/프로판등은 기체 형태로 연료로 사용하게 되면 액체지만 낮은 끓은 점을 지닌 것들은 가솔린 성분으로 중요합니다. 


 이제까지 대사 공학적 (metabolic engineering) 방식을 통해 대장균 (Escherichia coli ) 이나 다른 미생물을 이용해 연료로 사용가능한 탄화수소를 만들어 낸 적은 있지만 가솔린과 비슷한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미생물은 없었습니다. 카이스트의 이상엽 교수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사상 처음으로 이것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솔린을 생산하는 대장균의 메카니즘  Credit : KAIST )


 이전에 발표된 미생물의 경우 탄소 사슬의 길이가 13 - 17 개 정도인 탄화 수소를 만들었는데 이는 디젤 대체용으로 적합한 수준입니다. 연구팀은 탄소 원자 4 - 12 개 정도로 구성된 가솔린과 비슷한 탄화수소를 만드는 대장균을 다음의 과정을 통해 만들었습니다.

 1) 지방산을 만드는 데 연관된 효소들을 찾아서 
 2) 효소를 목적에 맞게 short chain fatty acid 생산을 주로 하도록 바이오 엔지니어링을 한 후 
 3) 새로운 합성 과정을 넣어 이 short chain FA 를 가솔린과 유사한 알칸으로 변형


 이렇게 만든 대장균 배양액 1 L 에서 580 mg 이라는 가솔린 성분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발표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효소들은 여러 미생물과 식물들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사실 이는 연구팀도 지적하는 것 처럼 변환 효율은 매우 낮은 편이라 실용적인 의미에서 바이오 가솔린의 대량 생산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바이오 가솔린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쾌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연구팀은 생산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이 가솔린과 비슷한 탄화수소는 그대로 연료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다양한 석유 화학 대체품 - 예를 들어 계면 활성제 및 윤활류 - 로도 가공하거나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배양 된 대장균의 먹이인 포도당은 옥수수와 나무등 바이오매스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에너지원 자체는 바이오매스라고 할 수 있으며 대장균이 하는 일은 여기서 가솔린 비슷한 물질을 합성해 내는 것이죠. 아직까지는 효율이 매우 낮고 비용도 엄청나게 비쌀 수 밖에 없지만 향후 연구 결과에 따라서는 보다 효과적이고 저렴한 바이오 연료 개발이 가능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Yong Jun Choi & Sang Yup Lee. Microbial production of short-chain alkanesNature, 2013 DOI: 10.1038/nature1253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