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천문학자 팀이 ALMA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참조 http://jjy0501.blogspot.kr/2013/03/148-alma.html ) 를 이용 우주에서 가장 추운 장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전에 설명드린 것과 같이 ALMA 는 지금까지 건설된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전파 망원경입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나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비록 강력하기는 하지만 가시광 및 적외선 파장대의 관측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우주의 참 모습은 사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닐 것입니다.
ALMA 와 같은 전파 망원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의 파장을 인간이 '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ALMA 의 데이터가 보여준 것은 켄타우로스 자리 (constellation Centaurus) 방면으로 지구에서 5000 광년 떨어진 부메랑 성운 (Boomerang Nebula) 입니다. 이 성운은 원시 행성상 성운 (protoplanetary nebula 혹은 pre-planetary nebula PPN) 으로 중심부의 별이 마지막을 맞이하면서 주변으로 빠른 속도로 가스를 뿜어내고 있는데 결국 나중에는 행성상 성운이 될 운명입니다.
원시 행성상 성운의 중심별은 아직 충분히 뜨거워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좀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바깥쪽의 상대적으로 차가운 가스를 잃으면서 죽어가는 별의 뜨거운 내부가 드러나 온도가 30000K 에 이르게 됩니다. 이 때 부터 중심별은 자외선 영역에서 에너지를 방출해서 행성상 성운은 뜨거워지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가스가 팽창함에 따라 샤를 - 보일의 법칙에 의해 원시 행성상 성운은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즉 가스가 팽창함에 따라 온도가 떨어짐)
현재 부메랑 성운은 그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부메랑 성운의 중심별에서 나온 가스는 초속 164 km 라는 아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데 초기에는 섭씨 수천도에 달하던 온도가 기체의 팽창에 의해 급속도로 식으면서 아주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그 온도는 놀랍게도 - 272 ℃ 혹은 1 K 로 현재까지 관측된 우주의 모든 물체 가운데서 가장 차갑습니다. ALMA 는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이 성운의 가려진 진면목을 관측한 것입니다.
(ALMA 의 관측 결과와 허블 우주 망원경의 가시광 관측 결과를 합친 사진. 파란색의 가스는 허블 우주 망원경 관측 사진이고 붉은 색은 ALMA 가 관측한 매우 차가운 가스. The Boomerang Nebula, called the “coldest place in the Universe,” reveals its true shape with ALMA. The background blue structure, as seen in visible light with the Hubble Space Telescope, shows a classic double-lobe shape with a very narrow central region. ALMA’s resolution and ability to see the cold molecular gas reveals the nebula’s more elongated shape, as seen in red. (Credit: Bill Saxton; NRAO/AUI/NSF; NASA/Hubble; Raghvendra Sahai) )
(허블 우주 망원경 관측 사진 Credit : NASA/ESA )
사실 1 K 라는 온도는 놀라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이것은 우리 우주 어디에나 존재하는 우주 배경 복사 (CMB) 2.8 K 보다 더 차가운 온도이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대부분 극도로 차가운 공간이지만 그래도 우주 배경 복사에 의해 절대 영도 보다는 몇도 높은 온도가 유지될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메랑 성운은 거의 절대 영도에 도전하는 셈입니다. 앞으로 더 차가운 천체가 발견될 수도 있겠지만 그 차이는 절대 1 K 를 넘을 순 없을 것입니다. 절대 영도보다는 더 높은 온도일 수 밖에 없으니 말이죠.
현재 우리가 관측하고 있는 부메랑 성운의 모습은 별과 성운의 일생으로 보면 아주 짧은 순간입니다. 원시 행성상 성운의 시기는 1 만년도 채 되지 않는데 인류의 역사와 견주어도 긴 시간이지만 별의 일생으로 보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 짧은 순간입니다. 별의 일생을 생각해 보면 인간은 하루 살이 수준도 안된다고 할 수 있겠죠. 이 시기가 지나면 부메랑 성운은 보통의 행성상 성운이 될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가시광 영역에서 부메랑 성운이 모래시계 처럼 (솔직히 부메랑 보다는 모래시계 성운이 더 맞을 것 같은데.... ) 양쪽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된 이유입니다. 사실 이 성운의 안쪽에 매우 차가운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이전 관측 결과를 통해서도 알고 있었습니다. ALMA 에 의해서 상세하게 드러난 부분은 성운의 가운데 1 mm 이하 크기의 작은 먼지들로 구성된 먼지 구름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가스가 퍼저나가는 방향이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생각하면 별의 외곽층 가스가 구형으로 퍼질 것 같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를 밝힌 셈이죠. 다른 행성상 성운들 역시 가시광 영역 관측에서는 잘 안보이는 가스와 먼지에 의해 다양한 모양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라는 격언은 천체 관측에서도 맞는 이야기 입니다. 앞으로도 ALMA 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파장대의 관측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나갈 것 입니다. 이 연구는 The Astrophysical Journal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R. Sahai, W. H. T. Vlemmings, P. J. Huggins, L.-Å. Nyman, I. Gonidakis. ALMA OBSERVATIONS OF THE COLDEST PLACE IN THE UNIVERSE: THE BOOMERANG NEBULA.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3; 777 (2): 92 DOI: 10.1088/0004-637X/77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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