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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에 따른 식단은 근거 없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유사과학 (pseudoscience, 의사과학이라고도 함)이 존재합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이 대표적인 사례로 특별한 과학적 근거 없이 많은 사람이 신봉하고 있는 주장들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혈액형에 따른 식단이라는 만만치 않게 이상한 유사과학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은 1990년대 중반 피터 디아다모(Peter D’Adamo)가 쓴 베스트셀러인 'Eat Right for Your Type'을 통해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서양에서는 수백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라고 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O형은 가장 원시적인 혈액형으로 동물성 단백질이 많은 원시인 식단이 좋고 가장 농경 생활에 적응한 A형은 고기가 적은 곡물 위주의 채식 식단이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원시인 식단처럼 서구권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학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그렇다는 근거를 전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2013년 메타 분석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진행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도 이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244명의 과체중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절반씩 무작위로 나뉘어 저지방 비건 식단(low-fat vegan diet)과 식이 패턴을 평소 그대로 유지하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16주간 식사를 유지했습니다. 연구 목적은 식물성 저자방 식단 교정 (low-fat plant-based dietary intervention)이 체중, 대사, 지질, 인슐린 저항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혈액형에 따라서도 대상자를 랜덤 배정했기 때문에 닐 D 버나드 박사(Neal D. Barnard, MD, 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가 이끄는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혈액형이 식단을 통한 교정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혈액형에 따른 식단 이론이 옳다면 16주나 식단을 A형에 가장 유리하게 바꾼 만큼 차이가 나타날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아무런 차이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미국인이 평소 먹는 식단을 감안하면 혈액형에 무관하게 식물성, 저지방에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체중이 줄고 대사 이상도 교정될 것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도 이런 사실은 거듭 확인되었습니다. 평소 기름지고 짜고 단 고열량 식사를 많이하면 혈액형과 관계없이 비만해지고 건강이 나빠진다는 것은 실험을 하지 않아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 과학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이지만, 기왕 임상 실험에 참가한다면 이런 연구가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실험군에 배정되면 16주동안 무료로 건강 다이어트식 먹으면서 살 뺄 수 있고 대조군에 배정되면 바뀌는 것 없이 건강 검진 무료로 하고 소정의 사례금만 받으면 되는 셈이니까요. 부작용을 알 수 없는 약물 실험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health-wellbeing/blood-type-diet-debunked-new-clinical-trial/


https://pubmed.ncbi.nlm.nih.gov/23697707/


https://jandonline.org/article/S2212-2672(20)31197-7/fulltext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10.1001/jamanetworkopen.2020.2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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