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지동물은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문입니다. 사실 작은 크기를 감안해도 절지동물이 현생 지구 다세포 동물종의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런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가볍고 튼튼한 외골격입니다.
다당질 중합체인 키틴 (Chitin)을 베이스로 미네랄과 단백질이 더해진 절지동물의 외골격은 가볍고 튼튼할 뿐 아니라 탄성 복원력도 탁월해 외부의 강한 충격에서 곤충이나 갑각류 같은 절지동물을 보호합니다. 키틴 베이스의 외골격은 방어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턱과 발톱 같은 공격 무기를 만들 때도 매우 유용합니다.
오레곤 대학과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 연구소 (PNNL, 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의 과학자들은 곤충 가운데서도 특히 탁월한 턱을 지닌 개미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원자 프로브 단층촬영 (atom probe tomography)기술을 이용해 10nm 단위로 표면 구조를 관찰했습니다. 이 기술은 이온 빔 현미경과 레이저 혹은 고전압 펄스를 이용해 표면 물질을 조금씩 증발시켜 구성 물질을 원자 단위로 알아내는 기술입니다.
연구팀은 개미의 턱이 날카로운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아연을 키틴질 외골격에 포함시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아연이 나노 입자 형태로 표면에 분포할 것으로 생각했으니 실제 분석 결과 아연 원자는 매우 얇은 원자층으로 표면에 존재했습니다. 마치 폴리머를 아연으로 도금한 것 같은 구조로 덕분에 키틴 폴리머로는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날카로운 표면처리가 가능합니다. 덕분에 개미는 사람 이빨의 60% 정도의 힘만 줘도 사물을 절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날카로운 표면 구조는 작은 개미가 어떻게 두꺼운 사람 피부도 뚫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개미 뿐 아니라 많은 곤충에서 나무나 큰 동물의 피부 같이 질기고 튼튼한 소재도 쉽게 잘라내거나 혹은 찌를 수 있는 이유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매우 가볍고 탄성도 뛰어나 쉽게 부서지지 않습니다. 연구팀은 개미의 아연 코팅 기술을 흉내내면 가볍고 튼튼한 생체 모방 소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science/zinc-atoms-ant-insect-teeth-tough-sharp/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1-91795-y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