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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 바이러스가 있다?



 (Bacteriophage P74-26 structure illustration. Credit: Leonora Martinez-Nunez)

지구에 가장 흔한 생명체는 박테리아입니다. 높은 하늘에서 지각 깊은 곳까지 지구에는 온갖 종류의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 역시 숫자가 무척 많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메사추세츠 대학의 에밀리 아그넬로 (Emily Agnello, a graduate student at the University of Massachusetts Chan Medical School)와 그 동료들은 박테리오파지 가운데 가장 기이한 바이러스 중 하나인 라푼젤 박테리오파지 (Rapunzel bacteriophage, P74-26)를 연구했습니다.

라푼젤 박테리오파지는 높은 탑이 아니라 뜨거운 온천에 사는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아 증식합니다. 라푼젤이라는 별명은 엄청나게 긴 꼬리 때문에 붙은 것으로 일반적인 바이러스의 꼬리와 비교해서 10배 이상 길 뿐 아니라 길이가 거의 1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세균 두께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렇게 긴 꼬리를 지니고 있음에도 라푼젤 박테리오파지는 높은 온도에서도 매우 안정하게 존재합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긴 꼬리의 구조를 연구했습니다.

강력한 냉동 전자현미경 (cryo-electron microscopy) 이미지와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연구 결과 라푼젤 빅테리오파지의 꼬리는 레고 블록 같은 단백질 구조가 길게 결합한 형태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각각의 단백질 블록은 레고처럼 볼과 소켓 형태로 길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진 긴 튜브 같은 구조라면 사실 그렇게 튼튼하진 않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레고 블록처럼 결합된 단백질이 이음새 없이 단단히 걀합되어 레고와 달리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덕분에 높은 온도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라푼젤 박테리오파지의 긴 꼬리는 결국 숙주를 잡는 목적으로 길어진 것입니다. 동화속 라푼젤는 반대인데, 숙주에 달라붙는 데 유리한 환경에서 진화했을 것입니다. 같은 목적으로 이렇게 기이하게 진화한 사례는 아마 무수히 많이 존재할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3-rapunzel-virus-evolutionary-oddity.html

Emily Agnello et al, Conformational dynamics control assembly of an extremely long bacteriophage tail tube,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2023). DOI: 10.1016/j.jbc.2023.10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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