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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거대화와 왜소화된 포유류는 멸종 위기에 더 취약하다.



 (Illustration of Sardinian Dwarf Mammoth, Sardinian Giant Otter, Deer, Sardinian Dhole and Giant Pica. Credit: Peter Schouten, studioschouten.com.au/)

섬은 진화의 실험장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다른 지역과 분리되어 진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새로운 종이 탄생하거나 혹은 육지에서는 멸종한 생물들이 홀로 살아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섬에서 이뤄진 진화의 특징 중 하나는 거대화 (gigantism)와 왜소화 (dwarfism) 입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천적이 사라지면 먹이 사슬의 아래에 있던 동물이 커지면서 새로운 생태학적 지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반면 공간에 좁아진 상황에 적응해 본래는 큰 동물이 작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섬에서는 매우 특이한 동물들이 진화합니다. 엄청나게 작은 미니 매머드나 하마, 반대로 본래 크기의 100배나 커진 대형 설치류 등이 그런 사례입니다.

독일 통합 생물 다양성 연구 센터 및 마르틴 루터 대학 (German Center of Integrative Biodiversity Research (iDiv) and Martin Luther University Halle-Wittenberg (MLU))의 과학자들은 섬 거대화와 왜소화가 인류에 의한 포류유의 멸종 위험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섬은 전체 육지 면적의 7%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육지 생물종의 20%가 섬에서 발견됩니다. 하지만 멸종 위기종의 50%가 섬에 있을 정도로 멸종 위험도가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연구팀은 182개의 섬에 살고 있는 1200종의 현생 포유류와 350종의 멸종 포유류를 분석해 섬 거대화와 왜소화가 멸종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섬 왜소화가 이뤄진 종은 사실 너무 큰 종이 작아진 것이고 거대화 역시 몸집이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만큼 이들은 개체 수가 작은 멸종 위기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험도는 인간이 섬에 도착한 이후 10배 정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이 없어도 생물종의 멸종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들어오는 순간 서식지 파괴와 사냥과 밀렵으로 인해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특히 공간이 제한된 섬 환경이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섬의 자연 보호가 특별히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위의 그림에서 묘사된 것은 멸종 동물인 샤르데냐 섬의 난쟁이 매머드와 사르데냐 거대 수달입니다. 후자의 경우 몸길이가 거의 2m로 상어도 사냥했던 거대 포식자로 묘사됩니다. 한 섬에서 섬 왜소화와 섬 거대화의 상징 같은 사례가 공존했던 셈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3-insular-dwarfs-giants-extinct-islands.html

Roberto Rozzi, Dwarfism and gigantism drive human-mediated extinctions on islands, Science (2023). DOI: 10.1126/science.add8606.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d8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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