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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1042 - 가장 무거운 중성자별 혹은 가장 가벼운 블랙홀을 포착한 LIGO-Virgo


(In August of 2019, the LIGO-Virgo gravitational-wave network witnessed the merger of a black hole with 23 times the mass of our sun and a mystery object 2.6 times the mass of the sun. Scientists do not know if the mystery object was a neutron star or black hole, but either way it set a record as being either the heaviest known neutron star or the lightest known black hole. Credit: LIGO/Caltech/MIT/R. Hurt (IPAC))

(This graphic shows the masses for black holes detected through electromagnetic observations (purple), the black holes measured by gravitational-wave observations (blue), the neutron stars measured with electromagnetic observations (yellow), and the neutron stars detected through gravitational waves (orange). GW190814 is highlighted in the middle of the graphic as the merger of a black hole and a mystery object around 2.6 times the mass of the sun. Credit: LIGO-Virgo/ Frank Elavsky & Aaron Geller (Northwestern))


 백색왜성과 중성자별의 경계 질량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백색왜성의 질량이 찬드라세카 한계로 알려진 태양 질량의 1.4배가 넘으면 결국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중성자별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정확한 값을 모르는 것이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넘어가는 질량입니다. TOV 한계 (Tolman–Oppenheimer–Volkoff limit)로 알려진 블랙홀의 최소 질량값은 태양 질량의 1.5배에서 3배 사이입니다. 따라서 태양 질량의 3배가 넘는 경우 블랙홀로 생각할 수 있으나 2.5배인 경우 어느 쪽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무거운 중성자별은 2017년 중력파로 검출된 GW170817로 두 개의 중성자별이 서로 충돌한 경우였습니다. 이 때 중성자별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2.3배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 이보다 더 무거운 중성자별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력파를 검출하는 LIGO-Virgo는 지구에서 8억 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태양 질량의 2.6배와 23배 정도 되는 무거운 천체가 충돌하면서 내놓은 중력파를 검출했습니다. GW190814는 이제까지 발견된 중력파 이벤트 가운데 가장 크기 차이가 심한 천체끼리의 충돌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즉시 이 중력파 이벤트에 중요성을 알아챘습니다. 충돌한 천체 중 가벼운 쪽이 블랙홀인지 중성자별인지 확인하면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질량 한계에 대해서 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력파 데이터 이외에 광학 및 전파 망원경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불행히 현재까지 아무것도 검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 충돌이 너무 먼 거리에서 일어나서 관측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2017년에 관측된 GW170817에 비해 이번 충돌은 6배나 먼 거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는 사실은 두 개의 블랙홀의 충돌로 방출하는 물질이나 에너지가 거의 없이 다 흡수되고 끝났다는 것입니다. 만약 블랙홀 주변에 별 물질이 없을 경우 두 블랙홀의 충돌은 매우 조용히 일어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중성자별이 블랙홀로 그야말로 순식간에 흡수된 경우입니다. 


 어느 쪽인지는 현재 관측 데이터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발견은 중력파 천문학이 현재까지 밝혀내지 못한 천체 물리학의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언젠가 지구에서 좀 더 가깝고 관측이 용이한 위치에서 같은 이벤트가 생긴다면 과학자들은 결정적인 정보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중간에 무엇이 있는지 결국 이를 통해 밝혀질 것입니다. 


 참고 


 R. Abbott et al. GW190814: Gravitational Waves from the Coalescence of a 23 Solar Mass Black Hole with a 2.6 Solar Mass Compact Object,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0). DOI: 10.3847/2041-8213/ab96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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