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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조류 사료 - 축산업에 새로운 혁명될까?


 고기를 먹는 행위는 사실 심하게 에너지 낭비적인 행위입니다. 닭고기나 돼지고기 1kg 을 얻기 위해서는 그 4-5배나 많은 사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소고기의 경우에는 그 두 배의 사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 사료를 만들기 위해서 막대한 콩과 옥수수가 소비되는데, 이를 재배하기 위한 비용도 - 여기에는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게 되는 경제적 비용 이외에 환경적 비용도 포함 - 만만치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진행 중에 있는데, 그중에는 미세조류(microalgae)를 이용한 것도 있습니다. 미세조류라고 하면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녹조류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21세기 바이오 산업의 유망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 연료 및 제약 산업 등에서 이미 응용이 되고 있지만, 한 가지 더 유망한 것은 21세기 농업에 응용되는 것입니다.

 몬태나 대학의 메간 반 에몬 교수(Dr. Megan Van Emon, Assistant Professor at Montana State University), 아이오와 주립 대학의 다니엘 로이 교수(Dr. Daniel Loy, Professor of Animal Science at Iowa State University), 아이오와 주립 대학의 스테파니 한센 교수(Dr. Stephanie Hansen, Assistant Professor at Iowa State University) 등은 미세 조류를 이용한 가축 사료를 연구했습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옥수수나 콩을 재배하는 대신 미세조류를 재배해서 이를 가축 사료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작물과 대비해서 미세조류 재배는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미세조류는 뿌리, 줄기, 잎사귀 따위를 만들지 않습니다. 만약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미세조류가 있다면 버리는 부분없이 모두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효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배양 탱크만 적절하게 관리만 한다면, 비료와 물의 사용량도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농업에서 문제점은 사실 낭비되는 물이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저절로 비가 내리는 경우라면 그래도 상관없지만, 관개수로에 의존하거나 강수량이 부족한 경우 이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곡물 1kg을 얻기 위해서는 수천리터의 물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물과 함께 흘러나가는 비료 역시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미세 조류 배양은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지하나 외부로 흘러나가는 물을 막으면 막대한 용수가 필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증발까지 막을 수 있는 폐쇄형 용기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여기에 미세 조류는 바닷물에서도 재배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 문제의 핵심은 미세조류로 만든 사료를 가축들이 먹느냐와 먹어도 별 문제가 없느냐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 네 가지 종류의 사료를 시험했습니다.

 연구팀은 대조군으로 옥수수 기반 사료를 두고 15%, 30%, 45% 미세조류를 혼합한 사료를 만들었습니다. 미세조류를 생산한 것은 미세조류를 이용해서 바이오 연료 및 식용유, 화장품 원료를 만드는 솔라자임(Solazyme)사 입니다.

(건조된 미세 조류 부산물. Dried microalgae byproduct can be mixed with other livestock feedstuffs to create a viable ruminant feed. Credit: Solazyme )

 한센 교수 등이 저널 Journal of Animal Science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초기 결과는 매우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 장기적인 테스트 결과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성이 확보된 이후에 미세 조류는 축산업에 새로운 혁신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더 나아가서 곡물을 대체할 21세기의 새로운 식량이 될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전에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을 같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과연 이런 연구들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Perez-Garcia, O., Escalante, F.M., de-Bashan, L.E., & Bashan, Y. (2011.) Heterotrophic cultures of microalgae: Metabolism and potential products. Water Research, 45(1), 11-36. DOI: 10.1016/j.watres.2010.08.037

Van Emon, M., Loy, D., & Hansen, S. (2015). Determining the preference, in vitro digestibility, in situ disappearance, and grower period performance of steers fed a novel algae meal derived from heterotrophic microalgae. Journal of Animal Science, 94(6). DOI: 10.2527/jas.2014-8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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