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349 - 블랙홀의 메아리


 블랙홀은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검은 구멍으로 인식되지만, 사실 매우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할 수도 있습니다. 블랙홀이 강력한 중력으로 물질을 흡수할 때 블랙홀 주변으로 강착 원반을 형성하면서 고온으로 가열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장 강력한 에너지는 블랙홀의 사상의 지평선 아래로 들어가지 못한 물질들이 빠져나오는 제트(jet)에서 나오게 됩니다. 엄청난 고온으로 가열된 제트는 X선 같이 고에너지 파장에서 큰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지난 6월 15일부터 나사의 X선 관측 위성인 스위프트(Swift)는 지구에서 7800광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블랙홀 V404 Cygni에서 방출되는 강력한 X선을 관측했습니다. 이후 이를 분석한 영국 레스터 대학의 앤드류 비어드모어(Andrew Beardmore at the University of Leicester, U.K)와 그의 팀은 이 블랙홀이 내놓는 X선의 에코(echo, 메아리)를 확인했습니다.

(블랙홀의 에코. 각각의 색상은 X선의 에너지를 의미. 800-1500eV는 붉은색, 1500-2500eV는 녹색, 2500-5000eV는 청색. Rings of X-ray light centered on V404 Cygni, a binary system containing an erupting black hole (dot at center), were imaged by the X-ray Telescope aboard NASA's Swift satellite from June 30 to July 4. A narrow gap splits the middle ring in two. Color indicates the energy of the X-rays, with red representing the lowest (800 to 1,500 electron volts, eV), green for medium (1,500 to 2,500 eV), and the most energetic (2,500 to 5,000 eV) shown in blue. For comparison, visible light has energies ranging from about 2 to 3 eV. The dark lines running diagonally through the image are artifacts of the imaging system.
Credits: Andrew Beardmore (Univ. of Leicester) and NASA/Swift )
 

(달과의 크기 비교.  The Swift X-ray image of V404 Cygni covers a patch of the sky equal to about half the apparent diameter of the full moon. This image shows the rings as they appeared on June 30.
Credits: NASA's Scientific Visualization Studio (left), Andrew Beardmore (Univ. of Leicester); NASA/Swift (right))
 
 
 이 블랙홀은 대략 태양의 12배 정도 되는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태양 같은 항성과 6.5일을 주기로 공전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동반성에서 물질이 흡수되면 이 블랙홀에서 대규모의 에너지 방출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 이 에너지들은 주변의 먼지에 반사되어 일종의 에코를 형성하게 됩니다. 산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시간차를 두고 퍼져나가게 되는 것이죠. 이 거대한 X선의 동심원은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황소눈(Bull's eye)이나 과녁(target)모양 같이 생겼습니다.
 
 
 이 거대한 메아리는 실제 눈에 보인다면 달 지름의 1/3에 달하는 큰 크기라고 합니다. 다만 육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파장의 X선이라 스위프트같은 X선 관측 위성의 도움으로 알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먼지로 산란된 X선 링(dust-scattered X-ray ring)은 과학자들에게 블랙홀 자체보다 그 주변 환경이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줍니다. 왜냐하면 주변의 성간 먼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블랙홀은 검은 구멍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파장대에 걸쳐서 여러 가지 에너지를 분출하는 천체이기도 합니다. 이름과는 반대지만, 이것 역시 자연이 인간에게 알려주는 재미있는 역설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