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CC0 Public Domain)
전 세계적으로 인류는 매년 무려 4억 5천만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식품 및 음료 용기부터 제품 포장, 하수관, 창틀, 폴리에스터 의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생활 거의 모든 영역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 중 거의 4분의 1이 환경으로 유입되어 미세한 조각으로 아주 천천히 분해됩니다.
이 가운데 1마이크로미터에서 5밀리미터 사이의 입자를 의미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가장 깊은 심해부터 가장 높은 산 정상, 가장 추운 남극에서 가장 뜨거운 사막까지 지구 모든 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물론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 내부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주변 공기에도 떠 다니기 때문에 우리가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완전히 피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물, 음식, 공기를 통해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실제로 체내에 흡수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유해한지 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소화관을 통과하여 배설되는지, 아니면 장벽을 통과하는지 에 대한 질문은 연구자들에게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과학자들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소화관 내벽을 통과하여 다른 조직으로 이동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물체의 조직을 해부했는데, 미세 플라스틱은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에 샘플이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원래 존재했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곤란했습니다.
캐나다 궬프(구엘프) 대학(University of Guelph)의 연구팀은 생물체를 해부하지 않고도 미세플라스틱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줄지렁이(Eisenia fetida)를 대상으로 이 기술을 실험한 결과, 5~5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지렁이의 장 내벽을 쉽게 통과하여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조직 샘플 오염 문제를 피하기 위해 캐나다 광원 연구소(Canadian Light Source in Saskatoon)와 협력하여 싱크로트론 기반 마이크로컴퓨터 단층촬영 (synchrotron-based microcomputed tomography)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살아 있는 지렁이가 음식을 소화하는 중간에 초고해상도 X선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지렁이가 섭취한 미세플라스틱 입자에 바륨(Barium) 성분을 코팅하여, X선 스캔 시 하얗고 밝은 입자로 뚜렷하게 보이도록 조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렁이의 내부 해부학적 구조를 파괴하지 않고도, 5~53µm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천 개가 몸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고해상도 3차원(3D) 영상으로 정밀 지도를 작성했습니다. 연구팀은 필름형, 섬유형, 폼형, 파편형, 구형 등 5가지 대표적인 미세플라스틱 형태별로 체내 이동을 모델링했습니다.
분석 결과 지렁이들은 플라스틱이 섞인 토양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빠르게 섭취하여 약 10일 이내에 체내 농도가 포화 상태(Steady state)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깨끗한 토양으로 옮겨지자 단 하룻밤(반감기 1일 미만) 만에 체내 미세플라스틱을 거의 모두 체외로 배출했습니다.
연구팀이 3D 스캔을 통해 지렁이 내부의 미세플라스틱 입자 2,779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모든 입자가 소화관(Gastrointestinal tract) 내부에만 갇혀 있었으며, 단 한 개의 입자도 장 상피세포(장벽)를 뚫고 주변 신체 조직으로 전이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5µm 이상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장벽을 통과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미세플라스틱의 생물농축계수(BAF, Bioaccumulation Factor) 역시 0.023~0.058 수준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지렁이 몸속에 장기적으로 쌓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만 이 연구는 미세 플라스틱이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렁이처럼 그냥 흙과 유기물을 통과시키는 장을 지닌 동물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겠지만, 작은 플랑크톤을 걸러 먹고 사는 해양 생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 여과 섭식자들은 여과하는 필터에 플라스틱 입자가 들러 붙거나 혹은 소화관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으면서 그 자체로 영양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바닷물 속에 있는 오염 물질을 전달하는 통로도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살아있는 동물에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의 이동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단 점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다른 실험 동물에서 실제 체내 흡수가 일어나는지 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장벽을 통과할수도 있는 나노 플라스틱에 대해 아직은 연구가 어려운 점 등은 차차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물론 환경에 주는 악영향은 이미 어느 정도 확인된 만큼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 필요합니다.
아래는 이 내용으로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6-microplastics-swallowed-earthworms-digestive-tract.html
Nicholas V Letwin, Jarvis A Stobbs, Juliska Princz, Gladys L Stephenson, Adam W Gillespie, Moira M Ijzerman, Ryan S Prosser, Assessing the accumulation of microplastics in earthworms (Eisenia fetida) using traditional bioaccumulation modeling and synchrotron-based microcomputed tomography, Environmental Toxicology and Chemistry, 2026;, vgag072, https://doi.org/10.1093/etojnl/vgag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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