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sped away from Venus in February 1974, NASA’s Mariner 10 spacecraft captured this seemingly peaceful view of Venus. But, contrary to its serene appearance, Venus is a world of intense heat, crushing atmospheric pressure and clouds of corrosive acid. Credit: NASA/JPL-Caltech)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금성은 다른 행성과 반대 방향으로 매우 느리게 자전합니다. 지구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자전하지만, 금성은 시계 방향으로 매우 느리게(자전 주기에 248일 소요) 자전합니다. 최근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 Zurich)의 행성 과학자인 세드릭 길만(Cedric Gillmann)과 동료 과학자들은 금성 형성 초기(약 5,000만 년 이내)에 달 크기의 거대한 천체가 매우 높은 각도로 충돌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SPH 및 StagYY 코드 사용)을 통해 다양한 충돌 시나리오를 분석했습니다. 금성 질량의 약 1/10에 달하는 지구의 달 크기 천체가 충돌했을 때를 모델링한 결과, 연구팀은 충돌 질량 못지 않게 각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원시 금성에 충돌한 천체는 단순히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높은 각도(high-angle) 또는 접선 방향(tangential)으로 매우 빠르게 충돌해야 합니다. 이 조건이 맞아야 본래 빠르게 자전하던 초기 금성의 자전 속도를 현재처럼 느린 상태로 늦추거나, 아예 역행 자전 상태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이 충돌은 금성의 자전 방향만 바꾼 것이 아니라 내부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충돌의 에너지로 인해 금성의 상부 맨틀부터 핵 근처까지 전체 맨틀의 약 99%가 녹아내려 '마그마 바다' 상태가 됩니다. 다만 충돌 후 열이 우주로 효율적으로 방출되면, 마그마 바다는 수백만 년 이내에 고체 상태로 굳어집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금성에는 지구 같은 판구조가 생성되지 않았고 지구처럼 탄소를 재활용하는 순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서 이산화탄소가 계속 축적되고 온실효과가 폭주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결과 금성은 표면 온도가 467°C에 달하고 대기압은 지구의 92배인 지옥 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초기 금성의 대충돌에 어떤 단서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비교는 지구와 원시 행성 테이아 (Theia)의 충돌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지구 역시 화성 크기의 원시 행성과 충돌해서 지구와 달이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때 충돌 각도는 약간 비스듬한 각도로 충돌 에너지가 지구의 일부를 떼어내어 궤도에 올리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구의 핵은 유지되면서 표면 물질이 궤도로 튕겨 나갔습니다. 그 물질들이 모여 달을 형성했는데, 이런 차이점이 판구조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흥미로운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6-venus-strange-rotation-triggered-high.html
Cédric Gillmann et al, Giant impacts on Venus: lasting consequences on interior dynamics and volcanism, or the lack thereof (2026). DOI: 10.5194/egusphere-egu26-1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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