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세균인 스트렙토마이세스는 항균, 항암 또는 항바이러스 특성을 지닌 작은 생리활성 분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제공: HHU/Julia Frunzke, Verena Resch))
세균은 다른 세균을 공격하기 위해 항생 물질을 분비합니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항생제 가운데 상당수는 토양 속 세균인 스트렙토마이세스 (Streptomycetes)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세균을 위협하는 것은 다른 세균만이 아닙니다. 세균을 노리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 역시 중요한 위협입니다.
과학자들은 세균 역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해 특별한 화합물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뒤셀도르프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교(HHU)와 율리히 연구센터(FZJ)의 (Heinrich Heine University Düsseldorf (HHU) and Jülich Research Center (FZJ)) 연구팀은 마르부르크 및 취리히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항바이러스 분자인 다우노루비신(daunorubicin)을 조사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작용 방식을 규명했습니다.
다우노루비신은 사실 안트라사이클린(anthracycline) 계열의 항암제로, 주로 급성 백혈병 치료에 사용되는 화학요법 약물입니다. 다우노마이신(Daunomycin)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주 용도는 성인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과 성인 및 소아의 급성 림프성 백혈병(ALL) 치료입니다.
다우노루비신은 암세포의 DNA 이중나선을 풀어헤치고, DNA의 복제와 전사 과정에서 이중나선이 꼬이거나 엉키는 현상(Supercoiling)을 해결하는 필수 효소인 토포이소머라제 II(topoisomerase II)를 억제합니다. 이로 인해 DNA 단일/이중 가닥 절단이 발생하고, DNA 및 RNA 합성이 저해되어 암세포의 증식을 막습니다.
하지만 암이 생기지도 않는 토양 세균이 왜 다우노루비신을 만드는지는 한동안 미스터리였습니다. 과학자들은 세균에서 다우노루비신의 주요 목표가 바이러스 억제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연구팀은 그 구체적인 기전을 규명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우노루비신은 바이러스 감염 주기를 초기 단계에서 차단하거나 지연시킵니다. 그런데 이는 역설적으로 감염에 필요한 독성 바이러스 단백질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 결과 감염된 세균이 죽게 되면 바이러스는 추가적인 복제가 어려워져 다른 세균에 감염되지 않습니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으로 이뤄진 생물막이나 콜로니에서 이는 중요한 집단 방어 기전입니다. 동시에 세균에 존재하는 다른 방어 기전도 함께 작동해 다우노루비신의 효과를 높여줍니다.
과학자들은 세균의 바이러스 면역 기전을 자세히 연구해 세균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반대로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다우노루비신처럼 전혀 다른 치료 효과를 지닌 약물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고 밟고 지나가는 흙속에서는 지금도 바이러스와 세균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류가 질병과 싸우는데 필요한 새로운 무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6-antiviral-soil-compound-disrupts-phage.html
Larissa Ernst et al, DNA-intercalating antiphage molecules trigger abortive infection through mutual destruction and synergize with bacterial immunit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6). DOI: 10.1073/pnas.260207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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