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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와 황 미네랄 갑옷을 만드는 벌레



 (The worm survives by taking arsenic, spewed out from hydrothermal vents, and turning it into a protective yellow armor.Wang H, et al., 2025, PLOS Biology)

수심 수천 미터 바다 밑에 위치한 열수 분출공 (hydrothermal vent)는 바다에서 가장 신기한 장소 중 하나입니다. 햇빛이 전혀 닿지 않고 수압이 지표의 수백배에 달하는 고압 환경에서 나오는 섭씨 수백도의 광물이 풍부한 열수 옆에 온갖 생명체가 다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열수 분출공에서 나오는 광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박테리아를 먹이 사슬의 기반으로 해서 생겨난 생태계로 대부분 햇빛에 의존하는 지구 생태계와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어쩌면 최초의 지구 생명체가 이곳에서 생겨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고 다른 과학자들은 어쩌면 엔셀라두스나 유로파 같은 태양계 얼음 위성 아래 이런 열수 분출공과 외계 생태계가 존재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이 특이한 환경에 사는 생물체를 연구하면서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신약이나 신물질의 단서를 찾고 있습니다.

중국 해양한 연구소의 차오룬 리 (Chaolun Li at the Institute of Oceanology in China)가 이끄는 연구팀은 일본 오키나와 앞바다의 열수 분충공에서 정말 특이하게 생긴 벌레를 찾아냈습니다. 섭씨 300도의 고온 열수 옆에서 살아가는 파랄비넬라 헤슬레리 (Paralvinella hessleri)는 대부분 색소가 없는 열수 분출공 생태계의 주민들과 달리 노란색의 이상한 외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무인잠수정 (ROV)을 통해 샘플을 수집해 이 노란색의 정체가 사실은 비소와 황 미네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파랄비넬라는 황화수소와 및 비소가 풍부한 대부분의 생명체에 치명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는데, 여기에 적응해 아예 몸밖으로 배출한 황과 비소를 껍데기에 둘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노란색 물질은 두개의 비소 원자와 세 개의 황 원자로 합쳐진 오피먼트 (orpiment, As2S3)라는 물질로 과거에는 인간도 염료로 사용한 적이 있으나 독성이 있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인간도 모르게 심해 열수 분출공에 있는 벌레가 이 물질을 만들어 몸을 보호해 왔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아마도 특수한 헤모글로빈의 일종이 황을 몸밖으로 옮기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는 증거를 발견하긴 했지만, 정확히 어떻게 오피먼트를 합성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이 벌레가 특수한 환경에서 살고 있어 실험실로 데려와 살아 있는 상태로 연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기괴한 생김새와 정말 독특한 대사 능력을 지닌 생명체인 만큼 앞으로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효소나 단백질, 신물질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열수 분출공을 더 많이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셈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iology/deep-sea-worm-toxin-armor/

Wang H, Cao L, Zhang H, Zhong Z, Zhou L, Lian C, et al. (2025) A deep-sea hydrothermal vent worm detoxifies arsenic and sulfur by intracellular biomineralization of orpiment (As2S3). PLoS Biol 23(8): e3003291. https://doi.org/10.1371/journal.pbio.3003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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