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초고지방식이가 쥐에서 생존 기간을 증가시켰다?



 지방은 다른 주요 영양소인 단백질, 탄수화물과 함께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입니다. 단지 필수 지방산은 왠만해서 부족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쉽게 간과되는 경향이 있지만, 필수적으로 먹는 지방산 이외에도 오메가 - 3 지방산을 비롯한 불포화지방산 섭취는 건강에 여러 가지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절한 섭취가 권장됩니다.


 비록 기름진 패스트푸드 및 고열량 식이가 늘어나면서 지방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긴 했지만, 지방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라는 점은 우리 몸의 상당분이 지방산이 모인 중성지방으로 채워져있다는 사실이게 증명됩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호르몬과 세포막 구성 물질 등이 지방 성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다이어트 목적의 초고지방 식이가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그 위험성을 경고했는데, 결국 계속해서 유지하기 힘들어 요요 현상이 오게 될 가능성이 있고 심각한 포화지방 섭취로 여러 가지 합병증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지방 섭취는 필요하지만 다른 영양소 없이 지방만 섭취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케톤증입니다.


 이전 포스트 : http://blog.naver.com/jjy0501/220913717758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실험에서는 예상치 않았던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최근 쥐를 대상으로한 동물 모델 실험에서 바로 그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벅 연구소(Eric Verdin's lab at the Buck Institute for Research)의 존 뉴맨 (John Newman)이 이끄는 연구팀은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이,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이, 그리고 탄수화물이 없는 초고지방 식이인 케톤식이(ketogenic diet)를 먹인 쥐의 생존 기간 및 기어력을 분석한 결과 처음 예상과는 달리 케톤식이군이 더 오래 생존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더욱이 인지 기능 역시 더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수의학과 (UC Davis School of Veterinary Medicine)의 연구팀 역시 유사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케톤식이군에서 생존 기간이 더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이 연구는 Cell Metabolism에 실렸습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이기는 하지만, 당연히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우선 쥐가 흔히 사용되는 동물모델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전체 열량의 거의 대부분을 지방으로 섭취하는 초고지방식이나 케톤 식단은 사람에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이전 포스트에서 소개한 것처럼 소아 뇌전증 같은 일부 질환에서만 권장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심각한 케톤증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모니터링 해야 합니다.


 이전 포스트 : http://blog.naver.com/jjy0501/220919971724


  다만 이 연구는 케톤체(ketone body)에 대한 생리학적 반응에 대해서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 탄수화물을 거의 섭취하지 않도록 진화한 경우 어떻게 생리적으로 적응을 하는 지 역시 흥미로운 주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동물 실험 결과를 보고 집에서 따라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케톤증이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훨씬 많으니까요.


 참고
 


Cell Metabolism, Newman et al.: "Ketogenic diet reduces mid-life mortality and improves memory in aging mice" http://www.cell.com/cell-metabolism/fulltext/S1550-4131(17)30489-8 DOI: 10.1016/j.cmet.2017.08.004

Related: Cell Metabolism, Roberts et al.: "A ketogenic diet extends longevity and healthspan in adult mice." http://www.cell.com/cell-metabolism/fulltext/S1550-4131(17)30490-4 DOI: 10.1016/j.cmet.2017.08.005


https://medicalxpress.com/news/2017-09-ketogenic-diet-healthspan-memory-aging.html

https://medicalxpress.com/news/2017-09-fat-longer-mouse-high-diet.html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