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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물벼룩



(물벼룩 Credit: Hajime Watanabe )
 생명의 역사에서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쪽은 보통 크기가 작은 생명체였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중생대 마지막 순간에 공룡은 멸종했지만 (조류를 제외하고) 바퀴벌레는 살아남은 것은 당연한 이치죠. 크기가 작을 수록 같은 면적에 많은 개체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대격변이 발생하면 100마리, 1000마리만 있는 종보다 1만 마리 1억 마리가 있는 종이 어떻게든 후손을 남길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작은 생물일수록 세대가 일반적으로 짧아서 빠르게 진화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거대 혜성 충돌이든지 기후 변화이든지 간에 인류보다 물벼룩이 더 생존력이 강하고 후손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은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물벼룩이 4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현재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적응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벨기에의 KU Leuven 대학의 뤼데 메스터 교수(Professor Luc De Meester)가 이끄는 연구팀은 Daphnia라는 물벼룩의 유전자에서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변화를 발견했습니다.
 물벼룩 역시 매우 작지만 아주 역동적인 생명체입니다. 이 작은 수생 동물은 얕은 웅덩이나 호수가, 강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개체수는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습니다. 물벼룩은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독특한 번식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이 좋을 때, 물벼룩은 무성생식을 합니다. 이 때는 짝짓기를 하는 것보다 빠르게 알을 낳는 쪽이 더 많은 후손을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환경이 나빠지면 이들은 짝짓기를 한 후 험한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휴면 상태의 알(dormant eggs)을 낳습니다. 이 알은 오랜 시간 휴지 상태로 있다가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부화해서 다음 세대의 물벼룩을 만듭니다.
 연구팀은 얕은 호수인 펠브리그 홀(Felbrigg Hall)의 침전물에서 이 알을 찾아냈습니다. 이 알들은 40년 정도 된 것으로 호수 침전물에 갇히면서 불행히 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것이었습니다. 대신 이 알들은 40년전 물벼룩의 DNA를 완벽하고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이 호수는 생태학적 연구가 매우 잘 진행된 장소로 지난 40년간 섭씨 1.15도라는 비교적 높은 온도 상승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 온도 상승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얕은 호수의 경우 물의 증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벼룩이 건조한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죠. 또 봄여름가을겨울의 주기도 변화하면서 여기에 대한 적응도 필요합니다. 물론 수온에 대한 적응력도 달라져야 하죠.
 연구팀은 이 호수에서 40년전 살았던 물벼룩과 현재 살고 있는 후손들을 비교했습니다. 우선 최근에 낳은 알고 40년된 알에서 물벼룩을 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열과 온도 변화에 잘 견디는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1960년대 물벼룩보다 2000년대 알에서 깬 물벼룩들이 훨씬 열에 잘 견디는 유전적인 변화를 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물벼룩들은 사실 섭씨 1.15도가 아니라 4도 정도의 온도 상승에도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도저히 생명체가 살수 없는 정도의 수온이나 환경만 아니라면 물벼룩들은 단기간에 진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온난화된 미래에도 물벼룩은 변화는 하겠지만 완전히 멸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빠른 속도로 진화할 가능성이 적은 개체수가 작고 세대가 긴 동식물들이겠죠. 과연 인간은 어디에 속할까요?  
 참고


Journal Reference:
  1. A. N. Geerts, J. Vanoverbeke, B. Vanschoenwinkel, W. Van Doorslaer, H. Feuchtmayr, D. Atkinson, B. Moss, T. A. Davidson, C. D. Sayer, L. De Meester. Rapid evolution of thermal tolerance in the water flea DaphniaNature Climate Change, 2015; DOI:10.1038/nclimate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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