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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129 - 행성을 품은 갈색 왜성 ?



 
 갈색 왜성 (Brown Dwarf) 는 흔히 항성이 되려다 실패한 천체로 불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안정적인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질량 - 대략 태양 질량의 0.08 배에서 목성 질량의 75 - 80 배 정도 - 이하인 천체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별, 그러니까 스스로 빛나는 별인 항성의 에너지 원은 수소 핵융합 반응입니다. 나중에 다른 원소를 태우더라도 일단은 수소 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의 질량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질량 (대략 태양 질량의 8%) 이상이 모인 수소 가스 덩어리는 자체 핵융합 반응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낭패스럽게도 가스가 모이고 보니 이 질량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항성이 아닌 천체 (sub stellar object) 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크기 천체라고 해서 핵융합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 양은 수소 보다 매우 적지만 더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목성 질량의 13 배 정도 되는 천체라면 중수소 (deuterium) 을 태울 수 있습니다. 다만 양이 적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은 일반적인 항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합니다. 하지만 행성과는 다르게 핵융합 반응은 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핵융합 반응을 미약하게 나마 일으킬 수 있는 천체를 갈색 왜성 (brown dwarf)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갈색 왜성은 사실 우주에 매우 흔하긴 하지만 이를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너무 어둡기 때문에 약간 에너지를 내놓는다고 해도 사실 외계 행성 만큼이나 찾기 어려운 것이 갈색 왜성이라고 할 수 있죠. 1990 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천문학자들은 Teide 1 이나 혹은 Gliese 229B 같은 갈색 왜성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많은 갈색 왜성들이 발견되었지만 현재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갈색 왜성은 실제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극히 일부라고 생각됩니다. 



    
(태양 같은 황색 왜성, 적색 왜성, 갈색 왜성, 목성급 행성의 크기 비교. 결국 갈색 왜성은 행성과 적색 왜성 사이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음  NASA and SeRgio both released their versions into the public domain, and so this one is too. ) 


 과학자들은 갈색 왜성이 생기는 방식이 일반적인 항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갈색 왜성 역시 원시 행성계 원반 (proto planetary disk) 를 가질 수 있으며 여기서 암석, 혹은 가스 행성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둡고 관착이 어려운 갈색 왜성이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최초로 갈색 왜성 주변에서 발견된 외계 행성은 2M1207b 로 갈색 왜성 2M1207 주변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갈색 왜성 2M1207 은 지구에서 170 광년 정도 떨어진 갈색 왜성으로 대략 태양 질량의 2.5% 수준 (즉 목성 질량의 25 배 수준) 정도되는 천체입니다. 이 천체는 대형 지상 망원경인 2MASS 의 적외선 탐사에서 발견된 것으로 (대개 이렇게 어두운 천체는 적외선 영역에서 관측) 한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주변의 작은 동반성도 같이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동반 천체 2M1207b 의 질량은 목성의 3 - 10 배 수준으로 거리는 약 40 AU 정도 (즉 대략 태양 - 명왕성 거리) 인데 아직 생성된지 오래되지 않은 천체로 표면 온도는 꽤 뜨거운 편입니다. 아마도 이 천체는 500 만년에서 1000 만년 정도 전에 생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모성의 경우 2550 K 정도, 동반성 b 의 경우에는 1600 K 정도 표면 온도를 가지고 있는데 동반성 b 의 경우 중력 수축 등에 의한 열을 방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M1207b 의 지름은 목성의 1.5 배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2M1207 과 그 동반 행성 2M1207b 의 실제 모습   Source  : ESO  =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http://www.eso.org/public/news/eso0428/ ) 


 2M1207 및 2M1207b 는 2004 년에 이르러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아마도 동반성을 지닌 갈색 왜성도 많을 것이며 이 중에는 갈색 왜성 보다 낮은 질량, 즉 행성급 질량을 가진 천체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천체로는 GQ Lupi b 나 2M J044144 등 다른 천체도 그 후보로 올라와 있습니다. 이를 준 갈색 왜성 (sub brown dwarf) 라고 불러야 하는지 행성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다소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아무튼 우주에는 다양한 천체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최근에 발견된 증거는 아마도 갈색 왜성 역시 원시 행성계 원반을 가질 수 있으며 위에서 든 예보다 더 작은 행성, 이를 테면 목성이나 혹은 아예 지구 같은 암석 행성을 거느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칠레의 천문학자들은 협력을 통해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ALMA) 를 이용 이와 같은 갈색 왜성 주변의 원시 행성계 원반을 연구했습니다. 

(ALMA 에 대해서는 http://blog.naver.com/jjy0501/100162002621  참조    ) 


 그 결과 아주 젊은 갈색 왜성인 ISO - Oph 102 (혹은 Rho - Oph 102) 주변에서 먼지 구름 원반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사실 갈색 왜성 주변 원반 발견으로 최초이며 이들이 다른 항성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방식으로 자신만의 태양계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소견이라고 하겠습니다.    



 (태어나는 갈색 왜성 주변의 먼지 구름의 상상도.  This artist’s impression shows the disc of gas and cosmic dust around a brown dwarf. Rocky planets are thought to form through the random collision and sticking together of what are initially microscopic particles in the disc of material around a star. These tiny grains, known as cosmic dust, are similar to very fine soot or sand. Astronomers using the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ALMA) have for the first time found that the outer region of a dusty disc encircling a brown dwarf — a star-like object, but one too small to shine brightly like a star — also contains millimetre-sized solid grains like those found in denser discs around newborn stars. The surprising finding challenges theories of how rocky, Earth-scale planets form, and suggests that rocky planets may be even more common in the Universe than expected. (Credit: ALMA (ESO/NAOJ/NRAO)/M. Kornmesser (ESO)) ) 

 이들이 발견한 먼지 구름의 입자는 대부분 사이즈가 밀리미터 수준으로 생각됩니다. 즉 먼지 혹은 모래 같은 물질들이 생긴지 얼마 안되는 목성 질량 60 배 수준의 갈색 왜성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런 연구를 진행하기에 ALMA 는 매우 적당한 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ALMA 가 완전히 가동에 들어가면 갈색 왜성 주변의 먼지 디스크에 대해서 우리는 더 상세한 관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마도 ALMA 를 비롯한 다른 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에는 갈색 왜성 주변의 행성에 대해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알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목성이나 토성 정도 되는 천체도 매우 복잡한 고리와 위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색 왜성 역시 자신만의 태양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갈색 왜성이 내는 약한 에너지를 생각하면 지구 같은 생명체가 서식하는 외계 행성은 생각하기 힘들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흥미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L. Ricci, L. Testi, A. Natta, A. Scholz and I. De Gregorio-Monsalvo. ALMA OBSERVATIONS OF ρ-OPH 102: GRAIN GROWTH AND MOLECULAR GAS IN THE DISK AROUND A YOUNG BROWN DWARF.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12 (in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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