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버섯의 왕 D 렉스

 


(Stromata of Dianjunus rex in the field. (a, c, d, f) Stromata attached to host roots. (b, e, g, h) Stromata around host plant. (a) Collectors. (i) Total weight of largest bilobed stromata. Credit: Frontiers in Fungal Biology (2026). DOI: 10.3389/ffunb.2026.1940464)

​

중국 윈난성(雲南省)의 숲에서 디안주누스 렉스 (Dianjunus rex)라는 새로운 균류 종이 발견됐습니다. 이 버섯은 높이가 최대 50cm, 무게가 최대 2.2kg로 자낭균문(Ascomycota) 내에서 알려진 가장 큰 자실체(fruiting body, stroma)를 만들어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처럼 버섯의 왕이라는 뜻에서 렉스라는 종명이 붙었습니다. 참고로 기존 자낭균의 자실체 기록이 20~30cm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 발견은 종전 기록을 거의 두 배로 뛰어넘는 것입니다.

​

중국 과학원 쿤밍 식물연구소(Kunming Institute of Botany) 소속 인도로닐 C. 세나야케(Dr. Indunil C. Senanayake) 부교수와 중국·태국·멕시코의 국제 공동 연구팀은 윈난성에서 완전히 새로운 속일 뿐 아니라 새로운 과(family, Dianjunaceae)인 디 렉스를 발견했습니다.

​

디 렉스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Graphostroma platystoma는 북반구 전역의 죽은 활엽수에서 자라는 균으로, 이 역시 독자적인 과(Graphostromataceae)를 형성하는 고립된 계통입니다. 그만큼 오래전 다른 그룹과 분리되어 진화한 버섯인데, 연구팀에 분자 시계 추정에 따르면 Dianjunaceae 계통은 백악기 말 대멸종 직후인 약 6,500만 년 전(팔레오세 극초반)에 발생했습니다. 이는 백악기-팔레오세(K-Pg) 대멸종 사건 직후 불과 약 100만 년 뒤에 해당합니다.

​

물론 이는 우연일 수도 있지만, 생태학적 맥락에서 의미 있는 가설을 제기합니다. 왜냐하면 백악기 말 대멸종 직후 수많은 생물이 멸종하면서 곰팡이 세상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규모 식물 군집의 붕괴로 거대한 양의 죽은 식물 물질(목질 잔해) 이 갑자기 환경에 방출되었습니다.

​

목질 분해 균(saprobic wood-decomposing fungi)에게는 이것이 새로운 생태적 틈을 의미했을 수 있습니다. 경쟁자가 사라진 상태에서 풍부한 기질이 이용 가능해진 것입니다. 실제로 이 시기 엄청난 수의 곰팡이 포자가 지층에서 발견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곰팡이 감염에 취약한 양서류나 파충류 대신 포유류가 득세한 이유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4291045365

​

아마도 D-rex의 조상은 이러한 생태적 진공 에서 번성하며, 다른 균류가 차지하지 못한 자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분자시계 추정 자체에도 5,000만~8,000만 년 전이라는 오차 범위가 있으므로, 멸종 사건과의 정확한 시간적 관계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

아무튼 디 렉스가 거대한 자실체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 연구팀은 포자를 멀리 퍼트리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버섯이 사는 밀집된 숲에서는 지면 근처 공기 흐름이 약하고, 식재·부스러기가 공기 흐름을 방해합니다. 주변 식생 위로 솟아오르는 자실체는 더 강한 바람을 받아 포자를 더 멀리 퍼뜨릴 수 있습니다. 다만 비용 50cm 높이의 구조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에너지 투자가 필요합니다. 균의 유한한 자원(영양분, 탄소)에서 상당히 큰 투자를 만회할 정도로 이점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흥미로운 사실은 이 버섯의 유전자가 생각보다 작다는 것입니다. 특히 펙틴(pectin, 식물 세포를 붙드는 자연적 접착제)을 분해하는 효소가 거의 없었습니다. 디 렉스가 펙틴 분해 효소를 거의 갖지 않는다는 것은, 펙틴이 풍부한 조직(예: 과육, 어린 줄기)보다는 리그닌·셀룰로스가 주성분인 성숙 목질에 더 특화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거대 자실체 형성에 막대한 에너지를 투자하는 균이면서, 효소 숫자는 적다는 점은 넓게 분해하기보다 특정 기질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에너지 예산을 자실체 구축에 더 많이 할당하고, 분해 능력은 최소화한 자원 배분 트레이드 오프 전략으로 보입니다.

​

이렇게 큰 버섯인데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 이런 독특한 전략을 지녔다는 점이 다시 놀라운 버섯이 아닐 수 없습니다.

​

​

참고

​

​

Jing Song et al., Unearthing a fungal giant: Dianjunaceae fam. nov., a novel Paleocene lineage of Xylariales harboring Dianjunus rex gen. et sp. nov, Frontiers in Fungal Biology (2026). DOI: 10.3389/ffunb.2026.1940464

​

https://phys.org/news/2026-10-scientists-d-rex-giant-fungus.html

​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제한적인 효과만을 확인한 렘데시비르

   현재 렘데시비르는 인공 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 중증 코로나 19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이 부족해서 갑자가 중증 코로나 19 환자가 늘어날 경우 수급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경증이나 무증상은 당연히 치료가 필요없거나 대증 요법 정도)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에 급한 연구는 아니지만, 나중에 수급량이 많아지고 가격이 낮아질 때를 생각하면 의미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다아애나 브레이너드 박사 ( Dr. Diana Brainard of Gilead Sciences )는 병원에 입원이 필요했던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584명을 렘데시비르 5일, 10일 투여 실험군과 위약을 투여한 대조군으로 나눠 임상 경과, 사망 등 중요한 합병증 발생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 대상자의 40% 이상은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이 있었으며 평균 연령은 57세였습니다.   연구 결과 대조군의 2%, 5일 투여군의 2%, 10일 투여군의 1%가 사망했으나 사망자 수가 4명, 3명, 2명 정도로 통계적 차이를 판단하기에는 사망자 수가 적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5일 투여군에서 임상 경과가 다소 호전되는 것을 판단했으나 10일 투여군에서는 통계적 차이를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확실한 임상적 이득이 없었습니다.     5일 투여량만 해도 가격이 3120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등도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설령 공급이 원활하다고 해도 적절한 치료법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공급이 불안해 중증 환자 투여 물량 확보가 아쉬운 상황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번 연구는 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뛰어나면서 저렴한 차세대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178Tb/s - 광섬유 통신 신기록 수립

  ( Lidia Galdino, lead researcher on the study. Credit: James Tye / UCL )  현재 가정에 들어오는 초고속 광통신은 10Gb/s 정도가 가장 빠른 편입니다. 그러나 사실 광섬유를 통해서 보낼 수 있는 정보량은 이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기술 가운데서는 이미 1Tb/s 이상이 속도를 지닌 것들이 많아 미래에는 테라 인터넷 시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가운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UCL)의 리디아 갈디노( Lidia Galdino )가 이끄는 연구팀이 178Tb/s라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입니다.   광섬유 통신을 위한 주파수는 4.5THz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 개발된 신기술은 9THz 벽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16.8THz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습니다. 주파수가 높을 수록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6.8THz의 주파수로도 178Tb/s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연구팀은  Geometric Shaping (GS) 방식으로 레이저 신호의 페이즈, 밝기, 편광 수준을 조절해 여러 신호가 서로 간섭 없이 전달되게 만들어 이런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항상 그렇듯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광섬유는 장거리 정보 전송이 가능해야 할 뿐 아니라 오류 없이 장시간 작동이 가능해야 합니다. 자꾸 에러가 생기거나 고장난다면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무용지물입니다. 이 단계를 극복하고 경제성까지 갖춰 실용화 되는 경우는 사실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쟁적으로 Tb 급 대역폭을 지닌 광통신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테라바이트 급 정보도 순식간에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은 분명합니다. 과거 전화선을 이용한 56K 모뎀에서 지금의 광섬유 기반 초고속 인터넷이 온 것처럼 속도는 계속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산호초를 복원하기 위한 3D 프린팅 클레이 타일

  (Credit:  University of Hong Kong)  전 세계적으로 산호초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로 인해 세계 각국이 산호초를 보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 현상이 발생하며 산호초가 황폐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많은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산호가 빨리 자라서 산호초를 복구할 수 있게 만드는 인공 지지대와 골격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홍콩 대학의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만든 클레이 (clay) 타일인 리프 타일 (reef tile)을 공개했습니다. 산호가 부착해서 자라기 쉬운 패턴을 클레이로 출력한 후 이를 섭씨 1125도에서 구워 독특한 문양을 지닌 육각형 타일을 만든 것입니다. 각 타일의 크기는 지름 60cm이며 총 128개의 타일이 홍콩에 있는 호이 화 완 해양 공원 (Hoi Ha Wan Marine Park)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연구팀은 산호를 조각낸 후 이를 타일에 옮겨 심는 방식으로 3종의 산호를 테스트해 이 방법이 실제로 산호초를 빠르게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검증할 것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강철이나 콘크리트 골격을 사용하는 것보다 클레이 타일이 주변 환경에 오염이 적고 산호에도 독성이 덜하다고 합니다. 또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3차원 패턴이 산호가 제대로 붙어 자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그럴 듯해 보이는데, 과연 그럴 듯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environment/clay-reef-ti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