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수염 고래처럼 먹이를 걸러 먹던 트라이아스기 극초기의 해양 파충류.


 

(Reconstruction of Hupehsuchus about to engulf a shoal of shrimps. Credit: Artwork by Shunyi Shu, © Long Cheng, Wuhan Center of China Geological Survey)



(Skulls of Hupehsuchus (left and center) and the minke whale (right) showing similar long snout with narrow, loose bones, indicating attachment of expandable throat pouch. Credit: Zi-Chen Fang et



(New specimens of Hupehsuchus nanchangensis. (A) Photograph of 2020-NYF-84-4. (B) Photograph of WGSC V26007. Scale bar = 5 cm. Credit: BMC Ecology and Evolution (2023). DOI: 10.1186/s12862-023-02143-9)

2억 5200만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은 역사상 가장 큰 대멸종으로 특히 해양 생물종의 멸종이 심각했습니다. 이 시기 해양 생물종의 거의 95%가 사라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세 텅 비어 버린 해양 생태계는 의외로 순식간에 복구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본 육지 생태계에서 대거 바다로 진출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이 시기 바다로 뛰어든 해양 파충류 중 하나가 중국 후베이에서 1972년 발굴된 후페흐수쿠스 (Hupehsuchus) 입니다.

후페흐수쿠스는 몸길이 1m 정도의 해양 파충류로 같은 시기 물로 들어온 어룡의 조상과 친척 관계로 생각됩니다. 대멸종 뒤 불과 300만년 후인 2억 4800만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생물인데도 이미 바다 생활에 상당히 적응된 형태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후페흐수쿠스를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빠른 진화 속도보다 뭘 먹고 살았냐는 것입니다. 후페흐수쿠스의 두개골에서는 이빨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흡입을 하거나 혹은 수염 고래 같은 여과 섭식자일 가능성이 초기부터 제시되었으나 그 구체적인 증거는 없었습니다.

중국 지질 조사국 우한 센터의 지첸 팡 (Zichen Fang of the Wuhan Center of China Geological Survey)이 이끄는 중국 및 영국 연구팀은 후페흐수쿠스의 두개골과 현생 130종에 달하는 해양 생물의 두개골을 비교해 이들이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후페흐수쿠스의 두개골은 현생 수염 고래와 유사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물론 수염 자체는 화석화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연구팀은 수염이 붙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주름과 패인 흔적들을 찾아냈습니다. 이빨이 붙어 있던 흔적 자체가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들이 여과 섭식자일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만약 이 주장이 옳다면 대멸종 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먹이를 잡는 다양성의 진화가 이뤄졌다는 점이 놀랍기만 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8-whale-filter-feeding-prehistoric-marine-reptile.html

https://phys.org/news/2023-08-discovery-specimens-hupehsuchus-ancient-filter.html

Zi-Chen Fang et al, First filter feeding in the Early Triassic: cranial morphological convergence between Hupehsuchus and baleen whales, BMC Ecology and Evolution (2023). DOI: 10.1186/s12862-023-02143-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