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bat gleans insects from leaves. Inga Geipel and colleagues discovered that by approaching a leaf at an oblique angle, it can use its echolocation system to detect stationary insects in the dark. Credit: Inga Geipel)
박쥐는 어둠속에서도 초음파를 이용해 지형을 파악하고 먹이인 곤충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초음파 역시 단점이 있습니다. 빛에 비해 직진성이 약하고 난반사를 일으키기 쉬워서 초음파에 의한 음영 지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많은 곤충들이 박쥐의 초음파 반사로 포착하기 어려운 나뭇잎이나 풀 사이의 공간에 숨으면 박쥐의 귀를 피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초음파 반사를 잘 일으키지 않는 물질로 몸을 덮어서 음향 위장 (acoustical camouflage)을 하는 경우 더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박쥐는 이렇게 숨어 있는 먹이를 찾아내는 능력을 진화시켰습니다.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 (Smithsonian Tropical Research Institute (STRI))의 잉가 지펠 (Inga Geipel, Tupper Postdoctoral Fellow at STRI)과 그 동료들은 숨은 먹이를 찾는 박쥐의 능력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나뭇잎처럼 초음파를 난반사하기 쉬운 물질이 오히려 거울 역할을 해 숨은 먹이를 찾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음향 위장을 한 먹이의 경우 오히려 30도 이내 전방으로 발사한 초음파가 더 찾기 어렵습니다. 반면 42도에서 78도 사이 비스듬한 각도에서는 나뭇잎으로 거울 삼아 반사된 초음파가 먹이를 찾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직진성이 약하지만 대신 반사가 잘되는 음파의 특성을 이용한 박쥐의 전술인 셈입니다. 나뭇잎처럼 음파를 반사 혹은 산란시키는 물체가 많은 환경에서 터득한 나름의 기술일 것입니다.
사실 박쥐와 곤충 모두 초음파나 물리학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습니다. 단지 생존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한 것 뿐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첨단 음향 장비와 복잡한 음파의 난반사를 계산할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적자 생존의 법칙이 만들어낸 자연의 첨단 기술은 아직도 인간이 흉내내기 어려운 수준인 것들이 많지만, 자연이 만든 가장 경이로운 대상 중 하나인 인간의 두뇌는 하나씩 그 비밀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참고
Geipel, I., Steckel, J., Tschapka, M., et al. 2019. Bats actively use leaves as specular reflectors to detect acoustically camouflaged prey. Current Biology. doi.org/10.1016/j.cub.2019.06.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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