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Arizona State University)
개미는 고도로 사회화된 곤충이지만, 동시에 매일 많은 동료를 잃는 곤충이기도 합니다. 먼 거리로 먹이를 찾아 떠나는 수많은 개미들의 행렬은 포식자들에게 좋은 먹이 공급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미 군집은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 손실되는 만큼 알을 낳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미가 함부로 개체를 희생키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 역시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몇몇 개미 종에서 개미가 동료를 구하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애리조나 대학의 크리스티나 크와피크(Christina Kwapich)가 관찰한 것처럼 극적인 모습은 지금까지 관찰된 적이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사막에서 씨앗을 모으는 개미인 Veromessor pergandei가 거미줄에 걸린 동료를 구하는 놀라운 장면을 관찰했습니다. 한 개체가 거미줄에 걸리면 여러 개미가 나타나 거미줄을 끊고 동료를 구출했던 것입니다.
전 세계에 16,000종의 개미가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동료를 구하는 개미는 5종 밖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동료를 구하는 개미의 특징은 개체수가 적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개미가 있는 경우에 비해 동료 하나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진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V. pergandei는 하루 650개의 알을 낳는 개미로 아침마다 3만 마리의 군집을 내보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개미가 이동 경로에 있는 거미줄을 무조건 제거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 먹이인 씨앗을 운반하는 경우 경로에 있는 거미줄은 큰 방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제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거미줄에 걸린 개미가 내뿜는 화학 물질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조 신호가 없는 한 거미줄을 끊고 구하러 가지 않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거미줄에 뒤덮힌 생존자는 둥지에 돌아와서도 동료들이 거미줄을 제거해 준다는 것입니다. 이 개미가 거미에 대한 대응책을 진화시켰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 개미가 동료를 구조하는 데 있어 크기 역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일개미들은 크기가 개체마다 큰 차이가 있는데, 큰 개체일수록 구조 신호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동료를 구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역시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교한 구조 활동이 단순한 뇌를 지닌 개미에서 진화했다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입니다.
아직 보고가 되지 않았을 뿐 어쪄면 동료를 구하는 개미는 더 많을지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후속 연구를 통해 개미의 복잡한 협력과 그 비밀을 풀어나갈 것입니다.
참고
Christina L. Kwapich et al. Destruction of Spiderwebs and Rescue of Ensnared Nestmates by a Granivorous Desert Ant (Veromessor pergandei), The American Naturalist (2019). DOI: 10.1086/70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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