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tralian native stingless bees. Credit: Dr Peter Yeeles)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꽃은 단지 아름다운 존재로 생각되지만, 꿀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식량 공급원입니다. 그런 만큼 벌에 감염되는 기생충이 있다면 꽃이야말로 가장 좋은 벡터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감염 사례가 보고된 경우는 드뭅니다. 제임스 쿡 대학의 로리 라치(Lori Lach) 교수와 그 동료들은 호주의 토종 벌에서 이런 드문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호주 고유종인 벌침이 없는 벌 (Australian stingless or "sugar bag" bees)은 유럽에서 양봉을 위해 들여온 유럽 꿀벌과 같은 꽃에서 꿀을 얻습니다. 그런데 이 꽃에서 유럽 꿀벌의 대표적인 기생충인 노제마 (Nosema ceranae, 단세포 기생충의 일종인 미포자충류에 속함)가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노제마에 감염된 벌침 없는 벌 역시 발견됐습니다. 연구팀은 꽃이 매개체 역할을 해 이 기생충을 토착종에 옮겼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대량으로 사육되는 꿀벌은 아무래도 밀집된 장소에 많은 개체와 꿀벌집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염병 감염의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종의 길들여진 곤충 가축인 꿀벌이 다른 가축과 다른 점은 야생의 꽃에서 꿀을 얻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사육된 꿀벌에 있는 전염병이 야생종으로 옮겨갈 위험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6개의 토종벌 벌집에서 최소 1회 이상 감염된 경우를 5개에서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야생종으로 넘어간 기생충은 다시 변이를 거쳐 사육종에 전파될수도 있고 공통 감염을 일으켜 양봉 산업은 물론 꿀벌 개체수에 심각한 감소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결국 생태계 교란까지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빠른 진단 방법 및 신뢰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아무튼 집중화된 꿀벌 사육이 낳은 피할 수 없는 결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Terence Purkiss et al. Pathogen spillover from Apis mellifera to a stingless bee,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19). DOI: 10.1098/rspb.2019.1071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