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co-author Rob Coe and Trevor Duarte orienting cores from a lava flow site recording the Matuyama-Brunhes magnetic polarity reversal in Haleakala National Park, Hawaii, in 2015. Credit: Brad Singer)
지구 자기장 역전 현상이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구 자기장은 남과 북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실 조금씩 끊임없이 이동한다는 것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웠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아예 남과 북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이 지구자기역전 현상입니다.
마지막 지구 자기 역전 현상은 77만년 전에 발생한 Matuyama-Brunhes 입니다. 이 때 지구 자기의 남과 북이 바뀌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 기간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위스콘신 메이슨 대학의 지질학자인 브래드 싱어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geologist Brad Singer)가 이끄는 미국과 일본 과학자 팀은 지구 여러 장소에서 측정한 용암 자기장 데이터와 빙핵 데이터를 분석해 지구자기역전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2배는 긴 22000년에 걸쳐 일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구 자기 기록은 주로 용암이나 해저 침전물 등에 남은 자기장 데이터를 통해 얻는데 둘 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용암은 철 같이 자성을 쉽게 띄는 성분이 풍부해 기록이 잘 남지만 계속해서 분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록이 띄엄띄엄 남게 됩니다. 해저 침전물은 기록은 연속적이지만, 대신 자기장 기록의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세계 각지에서 Matuyama-Brunhes 이벤트 전후 7만년에 해당하는 지층의 용암 자기장 기록과 남극 빙핵에서 구한 베릴륨 동위원소 데이터를 이용해 기록을 최대한 복원했습니다. 그 결과 자기가 완전히 뒤바뀐 4000년을 제외하고도 부분 변환이나 약화 현상이 일어난 기간이 18000년 정도 있어 실제 자기장 역전 기간은 22000년 정도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자기장 약화와 역전이 생각보다 더 길게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지구 자기장은 해로운 방사선과 강력한 태양풍으로부터 지구 대기와 지구 생명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따라서 지구 자기장이 약해지거나 거의 사라지면 생명체에 치명적인 결과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구 역사상 지구 자기 역전 기간 중 대량 멸종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생각보다 지구 대기가 지구 생명체를 잘 보호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구 자기장이 없어도 되는 보호막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 자기장이 없으면 지구 상층 대기는 태양풍에 밀려 점점 사라질 것이며 결국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는 화성처럼 건조하고 얇은 대기를 지닌 불모의 행성이 될 것입니다. 지구가 지금처럼 생명체가 넘치는 행성이 된 것은 자기장의 존재 덕분입니다.
참고
B.S. Singer el al., "Synchronizing volcanic, sedimentary, and ice core records of Earth's last magnetic polarity reversal," Science Advances (2019). advances.sciencemag.org/content/5/8/eaaw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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