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late

2020년 3월 10일 화요일

폴리에틸렌 먹는 애벌레


(The consistency of Galleria mellonella excreta was significantly impacted by feeding regime. Honeycomb-fed caterpillars showed a solid form (a), whereas polyethylene-fed caterpillars showed a liquid form within 24 h of feeding (b). Credit: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20). DOI: 10.1098/rspb.2020.0112)


 플라스틱은 현대 문명의 가장 편리한 발명품 중 하나이지만,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21세기의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플라스틱은 회수하려는 노력 못지 않게 이를 빨리 분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 중 하나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해하는 미생물이나 벌레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브랜던 대학(Brandon University)의 연구팀은 꿀벌 부채명 나방 greater wax moth (Galleria mellonella)의 애벌레가 플라스틱 봉투 소재인 폴리에틸렌을 소화시킬 수 있는 비결을 연구했습니다. 이 애벌레는 꿀벌의 기생충으로 독특하게 꿀벌이나 애벌레 자체에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꿀벌집을 갉아먹어서 wax moth라는 명칭을 지니고 있습니다. 꿀벌이나 양봉업자 모두에 해충이지만, 폴리에틸렌 같은 합성수지를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꿀벌 부채명나방 애벌레가 폴리에틸렌 비닐 봉투만 먹고 살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편식 (?)을 하면 좋지 않겠지만, 주식으로 삼아도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애벌레가 분해 효소를 직접 분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초식 동물과 마찬가지로 꿀벌 부채명나방 애벌레 역시 분해 효소를 내는 장내 미생물의 도움을 받습니다. 연구팀은 수많은 장내 미생물 가운데 몇 종을 찾아내 이 미생물을 테스트했습니다.


 사실 애벌레 60마리가 일주일간 먹는 비닐 크기는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용량의 플라스틱 비닐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미생물만 따로 분리해 배양할 수 있다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공생 미생물은 숙주 내 환경에 잘 적응해 그 안에서만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다행히 연구팀이 찾아낸 미생물은 일주일 정도 숙주 밖에서도 폴리에틸렌을 분배했습니다. 


 다만 실제 플라스틱 처리에 이 미생물을 사용하기 전에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있습니다. 대량 배양도 문제지만, 폴리에틸렌을 분해해 독성이 있는 물질인 에텔렌 글리콜(ethylene glycol)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반 환경에서 사용하기는 무리지만, 이 미생물을 연구해 플라스틱 봉투를 더 유용한 물질로 분해해 다시 재활용하는 연구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Bryan J. Cassone et al. Role of the intestinal microbiome in low-density polyethylene degradation by caterpillar larvae of the greater wax moth, Galleria mellonella,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20). DOI: 10.1098/rspb.2020.0112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