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검치 호랑이 스밀로돈은 사실 동료를 돌보는 사회적 동물이었다

 


(A detail from the 1988 Mark Hallett mural, “Trapped in Time,” depicting saber-toothed cats digging into prey. A new study adds to mounting evidence that these killers possibly shared some of their kills with Smilodon unable to hunt for themselves. Credit: La Brea Tar Pits.)




(A three-dimensional scan of the pathological pelvis and femur. Technologies like this and medical imaging have allowed paleontologists to re-interpret collection specimens, and to share them more readily, leading to new discoveries about extinct animals, the way they lived, and their environments. Credit: La Brea Tar Pits.)



 대략 1만 년 전 다른 대형 포유류와 함께 사라진 고대 거대 고양이과 동물이 바로 스밀로돈 (Smilodon)입니다. 매우 큰 검치를 지니고 있어 검치 호랑이 (saber-toothed tiger)라고 불리기도 하는 스밀로돈은 선사시대 북미 대륙을 호령했던 가장 강력한 포식자였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다룬바 있습니다. 



책 정보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일반적으로 스밀로돈은 빙하기의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매우 무서운 맹수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이들에게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로 사자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는 대형 고양이과 동물이라는 점입니다. 



 LA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의 마이린 발리시 박사 (Dr. Mairin A. Balisi, La Brea Tar Pits and Museum, 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 County)와 시다스-시나이 병원(Cedars-Sinai hospital)의 정형외과 의사들은 스밀로돈을 포함해서 수많은 선사 시대 동물이 화석화된 라 브레아 타르 핏 (La Brea Tar Pit)에서 오래 전 발굴된 스밀로돈 화석을 분석했습니다. 


 

 스밀로돈 파탈리스 (Smilodon fatalis)는 가장 대표적인 검치 호랑이로 몸무게가 160 - 280kg에 달했습니다. 사실은 호랑이가 아니라 다른 그룹에 속하지만, 아무튼 바이슨 같은 아주 큰 먹이를 사냥하는 뛰어난 사냥꾼이었습니다. 검치 역시 큰 먹이를 잡기 위해서 진화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런 만큼 이들의 골격에서는 많은 상처와 골절의 증거가 발견되는데, 큰 먹이를 잡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결과입니다. 



 따라서 1930년대 매우 변형이 심한 골반 화석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이 스밀로돈이 심한 외상이나 감염으로 고통받다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화석을 3D 모델로 다시 분석한 결과 전혀 다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스밀로돈은 고관절 이형성증 (hip dysplasia)라는 개나 고양이에서 볼 수 있는 선천성 기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고관절 이형성증 :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87297&cid=42478&categoryId=42525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고관절 이형성증이 있어 보행 능력에 장애가 생기더라도 얼마든지 돌봄을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 동물이 성체가 될 때까지 보살핌을 받았다는 것은 매우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스밀로돈이 생각보다 더 끈끈한 가족애를 지닌 고양이과 동물로 혼자서는 사냥을 할 수 없는 형제 자매를 먹여 살린 가족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아마도 스밀로돈의 주된 먹이가 매우 큰 사냥감이라 한 번 사냥에 성공하면 사냥에 참가하지 않은 개체도 먹을 만큼 충분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스밀로돈의 뜨거운 가족애를 100% 단정 짓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스밀로돈이 누구의 도움 없이 시체 청소부를 하면서 먹고 살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밀로돈의 거대한 크기를 생각할 때 새끼때부터 성체가 될 때까지 그렇게만 먹고 살았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사자처럼 무리를 짓고 살았고 일부 개체는 사냥하지 않고 더부살이 했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이유입니다. 거친 자연에서 이런 행동을 보였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10-3d-imaging-pelvis-social-saber-tooths.html



Mairin A. Balisi et al, Computed tomography reveals hip dysplasia in the extinct Pleistocene saber-tooth cat Smilodon, Scientific Reports (2021). DOI: 10.1038/s41598-021-99853-1


Caitlin Brown et al, Skeletal trauma reflects hunting behaviour in extinct sabre-tooth cats and dire wolves, Nature Ecology & Evolution (2017). DOI: 10.1038/s41559-017-013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