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CC0 Public Domain)
마야 문명은 수 차례에 걸쳐 융성과 붕괴를 거듭했습니다. 그 유력한 이유로 지목되는 것은 기후 변화, 특히 가뭄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한 가지 이유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노던 애리조나 대학의 인류학자인 클레어 에버트 (Claire Ebert)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당시 마야 문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옥수수 중심 농경 문화가 마야 문명의 급격한 붕괴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연구팀은 벨리즈에 있는 카할 펙 (Cahal Pech) 유적에서 여러 유골을 발견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분석했습니다. 이 유골들은 중기 전고전기 (Middle Preclassic Period) 인 기원전 735 - 400년 사이에서 후기 고전기인 (Terminal Classic) 서기 800-850년 사이의 것으로 연구팀은 C4 식물, 특히 옥수수가 이들의 주식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옥수수의 기원이 어디인지 생각하면 그다지 놀랄 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동위원소 분석 결과는 이 시기 마야인들이 거의 옥수수만 먹는 식생활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우리 조상들은 쌀 이외에도 다양한 잡곡을 먹었는데, 이는 쌀 재배에 적합한 토지가 충분치 않고 하나만 집중해서 키웠다가 먹을게 없어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먀야인은 옥수수에만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옥수수 농사가 망하면 즉시 사회가 붕괴될 위험이 컸습니다. 물론 고대 마야인도 이 문제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기원전 300-100년 시기에는 사냥이나 다른 야생 작물 재배가 시도되면서 가뭄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진 증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기 750 -900년의 말기 고전기에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다시 옥수수 중심 집약적 농경 사회로 진행했으며 이것이 갑작스런 붕괴의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입니다. 옥수수 농사가 망하면 사회가 지탱하기 힘들어지는 것이죠. 만약 작물이 여러 가지 있거나 목축업을 병행했다면 최악의 상태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당시 마야 문명은 다양한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후보 작물이 없고 가축 역시 별게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당시 가뭄에 의한 충격을 다른 대륙의 문명보다 더 크게 받은 이유로 생각됩니다.
물론 다른 다양한 이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작물 다양화가 문명 세계를 지탱하는데 도움을 준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참고
Claire E. Ebert et al, The Role of Diet in Resilience and Vulnerability to Climate Change among Early Agricultural Communities in the Maya Lowlands, Current Anthropology (2019). DOI: 10.1086/70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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