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Princeton University)
하와이 근해에 서식하는 작은 민달팽이인 Elysia rufescens은 광합성 조류를 먹고 사는 연체동물입니다. 이들의 특별한 재주는 자신이 먹은 조류의 엽록소와 기타 물질을 이용해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0263304730 ) 그런데 최근 프린스턴 대학의 모하메드 도니아 교가(Mohamed Donia, assistant professor of molecular biology at Princeton University)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민달팽이가 더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E. rufescens는 먹이인 조류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독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브리옵시스 (Bryopsis) 속의 조류는 체내에 공생 미생물을 지니고 있습니다. Candidatus Endobryopsis kahalalidefaciens는 15가지 종류의 독성 물질을 만드는데 이를 kahalalides 이라고 부릅니다. 이 박테리아는 공생 관계를 오래 유지한 탓에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활을 할 수 없으며 필요한 영양분과 물질을 숙주에 의존합니다. 전체 대사의 1/5이 독을 만드는데 사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세포 소기관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물론 숙주를 지키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합리적 공생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이 독 때문에 브리옵시스를 피하지만, 주된 포식자인 E. rufescens는 오히려 이를 이용해 자신을 방어합니다. E. rufescens는 독의 농도를 조류에 10배로 농축할 수 있어 사실 브리옵시스보다 더 든든한 방어 수단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먹이의 독을 이길 수 있도록 진화했다가 독을 활용해 자신을 방어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을 것입니다.
이 독특한 사연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만듭니다. 생존을 위해 못할 진화가 없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참고
Jindong Zan et al, A microbial factory for defensive kahalalides in a tripartite marine symbiosis, Science (2019). DOI: 10.1126/science.aaw6732
Ma. Diarey Tianero et al. Localized production of defence chemicals by intracellular symbionts of Haliclona sponges, Nature Microbiology (2019). DOI: 10.1038/s41564-019-0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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