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159 - 대마젤란 은하 성단에서 발견된 항성 질량 블랙홀


 

(This artist’s impression shows a compact black hole 11 times as massive as the Sun and the five-solar-mass star orbiting it. The two objects are located in NGC 1850, a cluster of thousands of stars roughly 160 000 light-years away in the Large Magellanic Cloud, a Milky Way neighbour. The distortion of the star’s shape is due to the strong gravitational force exerted by the black hole. Not only does the black hole’s gravitational force distort the shape of the star, but it also influences its orbit. By looking at these subtle orbital effects, a team of astronomers were able to infer the presence of the black hole, making it the first small black hole outside of our galaxy to be found this way. For this discovery, the team used the Multi Unit Spectroscopic Explorer (MUSE) instrument at ESO’s Very Large Telescope in Chile. Credit: ESO/M. Kornmesser)



 유럽 남방 천문대 (ESO)의 과학자들이 항성 질량 블랙홀 주변 별의 움직임을 포착해 대마젤란 은하 (Large Magellanic Cloud)에서 항성 질량 블랙홀을 찾아냈습니다. 지구에서 16만 광년 떨어진 위치에 있는 NGC 1850 성단에 있는 블랙홀은 이런 방식으로는 처음 포착된 외부 은하 블랙홀입니다. 



 NGC 1850는 생성된 지 1억 년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젊은 성단으로 수천 개의 젊은 별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 질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별은 1억 년보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연료를 빨리 소진하고 초신성 폭발과 함께 생을 마감합니다. 남는 것은 중성자별과 항성 질량 블랙홀입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블랙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으나 이를 실제로 검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현재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하고 관측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블랙홀의 강력한 제트를 관측하는 것입니다. 주로 은하 중심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물질이 많거나 항성 질량 블랙홀이라도 동반성에서 많은 물질을 흡수하는 경우입니다. 블랙홀로 너무 많은 물질이 들어가면 상당수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대신 제트의 형태로 분출되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물질을 흡수하지 않는 블랙홀이 있다면 그때부터는 매우 관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우주의 검은 구멍으로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의 사라 사라시노(Sara Saracino from the Astrophysics Research Institute of Liverpool John Moores University)와 그 동료들은 직접 블랙홀을 관측하는 대신 블랙홀의 중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숨어 있는 블랙홀을 조사했습니다. 성단 안에는 수천 개의 별이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에 블랙홀이 가까운 별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동영상)



 그 결과 연구팀은 태양 질량의 11배 정도 되는 블랙홀 주변을 태양 질량의 5배 정도 되는 별이 공전하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수천 개의 별이 모인 성단에서 각각의 별의 움직임을 분류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이 연구가 가능했던 비결은 ESO의 VLT 망원경에 설치된 Multi Unit Spectroscopic Explorer (MUSE) 장치 덕분입니다. MUSE는 각각의 별의 스펙트럼과 도플러 효과를 조사해 다른 관측 장비보다 10배 빠르게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물질을 흡수하진 않지만 중력을 행사하는 블랙홀을 찾아낸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앞으로 숨어 있는 블랙홀을 찾아낼 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항성 질량 블랙홀이 우주 여기 저기에 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이들을 밝혀낸다면 블랙홀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11-black-hole-star-cluster-galaxy.html


S Saracino et al, A black hole detected in the young massive LMC cluster NGC 1850,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21). DOI: 10.1093/mnras/stab315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