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phical abstract. Credit: Current Biology (2026). DOI: 10.1016/j.cub.2026.03.080)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자부심에는 자연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뛰어난 뇌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모든 동물 가운데서 으뜸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종종 뇌가 없는 동물은 물론 심지어 단세포 생물도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단세포 동물 중 하나가 바로 나팔벌레라고도 불리는 스텐터 (stentor)입니다. 스텐터는 트럼펫 모양의 거대한 단세포 섬모충류로, 2mm 이상 성장하여 육안으로도 관찰 가능한 가장 큰 단세포 생물 중 하나입니다. 주로 민물에 서식하며, 놀라운 재생 능력과 복잡한 행동 특성을 보여 세포 연구의 모델로 사용됩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교(UCSF) 생화학 및 생물물리학 교수인 월리스 마셜 박사 (Wallace Marshall, Ph.D., professor of Biochemistry and Biophysics at UCSF) 연구팀은 스텐터의 기억 및 학습 능력의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연구팀은 스텐터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페트리 접시에 담긴 스텐터를 1분에 한 번씩 흔드는 장치를 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텐터는 충격에 둔감해지고 꼬리를 집어넣는 행동을 멈췄습니다. 충격이 해롭지 않다고 판단된 후에는 피하는 행동을 멈추는 학습 혹은 자극에 둔감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연구팀은 스텐터 세포가 단백질에 정보를 저장한다고 보고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하는 능력을 저해하는 약물을 투여했습니다. 그러나 스텐터 세포는 오히려 방해 요소를 무시하는 법을 더 빠르게 학습했습니다. 스텐터 세포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기억을 저장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전기 충격을 이용한 후속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텐터는 세포 내로 칼슘이 유입되도록 하여 CaMKII라는 효소를 활성화시키고 특정 단백질에 화학적 표지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기 충격에 반응했습니다. 전기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스텐터의 반응성은 감소했는데, 이는 화학적 표지가 해롭지 않은 수준에 전기 충격에 더 반응하지 않도록 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반응성의 변화는 표면에 붙어 사는 이 작은 단세포 생물이 환경에 맞춰 해롭지 않은 반응에는 무감각해지고 진찌 위험한 반응에만 반응하게 해서 생존 가능성을 높였을 것입니다. 작은 자극에도 계속 반응할 경우 에너지를 필요없이 많이 소모해 생존에 불리해짛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스텐터는 세포 분열 시 이러한 정보를 딸세포에 전달했습니다. 생존에 유리한 학습 내용이 후손에게도 전달될 수 있는 셈입니다.
과학자들은 스텐터가 어떻게 이러한 지식을 저장하는지 여전히 연구 중이지만, 동물 뉴런은 CaMKII를 사용하여 표면 수용체의 민감도를 조절함으로써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는 학습이 뇌의 진화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온 분자 시스템에 의존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단서입니다.
뇌 없는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놀라운 단세포 동물인데, 생존에 중요한 요소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자연의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뇌가 있는 우리도 열심히 학습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드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6-04-brain-required-celled-stentor.html
Deepa H. Rajan et al, Molecular pathways for learning in the single-cell Stentor coeruleus, Current Biology (2026). DOI: 10.1016/j.cub.2026.0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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