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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코로나 19 환자에서 덱사메타손이 사망률을 낮춘다?


(A single vial of dexamethasone phosphate for injection. 출처: 위키피디아)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 항염증 스테로이드 제제인 덱사메타손 (dexamethasone)이 중증 환자에서 사망률을 낮춘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이 이끄는 RECOVERY Trial (Randomised Evaluation of COVid-19 thERapY) 연구팀은 코로나 19 환자 2,104명에게 하루 6mg (경구 혹은 주사제)의 덱사메타손을 투여하고 대조군인 코로나 19 환자 4,321명에게는 투여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했습니다. 투여 기간은 총 10일이었습니다.


 4주간 관찰한 결과 덱사메타손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서는 35%, 산소 치료가 필요한 중증도 환자에서 20%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증 환자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경증 환자는 본래 사망률이 높지 않음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결과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아직 정식 논문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어 급하게 공개된 것으로 보입니다. 


 덱사메타손이 코로나 19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기전은 아직 잘 모르지만, 가장 가능성 높은 설명은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과도한 염증 반응을 낮춰 폐손상이나 장기 손상을 막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면역 억제제가 여러 폐질환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면역 반응은 내몸을 지키는 무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내몸을 공격하는 무기도 될 수 있습니다. 덱사메타손 자체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없지만, 과도한 면역 반응을 줄여 오히려 조직과 장기 손상을 막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더 기대되는 부분은 렘데시비르와의 병합 요법입니다. 과도한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덱사메타손과 바이러스 자체를 억제하는 렘데시비르를 같이 사용할 경우 작용 기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을 것입니다. 


 덱사메타손은 이미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약물로 저렴하며 단기간 저용량으로 사용했을 때 큰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렘데시비르처럼 공급이 부족할 일이 없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결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다른 스테로이드 제제 및 항바이러스제 병합 요법을 통해 치료 성적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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