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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된 건 박쥐 때문?


(The Egyptian fruit bat, Rousettus aegyptiacus, is a host to the Marburg virus, which can infect monkeys and cross over into humans to cause a deadly hemorrhagic fever. Credit: Victor Corman)

(As shown in this model of viral infection, when green monkey (Vero) cells are invaded by a virus, they quickly succumb because they have no interferon response. Susceptible cells (green pixels) are rapidly exposed, infected and killed (purple). Credit: UC Berkeley images by Cara Brook)

(In a model of viral infection, when cells of the Australian black flying fox are invaded by a virus, some quickly wall themselves off from infection, having been forewarned by a rapid release of interferon from dying cells. This allows the cells to survive longer, but increases the duration of infection, maintaining infectious cells (red) until the end of the time series. Credit: UC Berkeley images by Cara Brook)


  사스, 메르스, 그리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바이러스 감염은 과학자들에게 한 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습니다. 바로 박쥐를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들이 왜 그렇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입니다. 


 사스, 메르스, 그리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모두 박쥐를 숙주로 하는 베타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입니다. 이 바이러스들이 박쥐에서 나와 다른 포유류 숙주로 이동할 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본래 인간에서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단순한 감기 바이러스에 불과합니다. 


 UC 버클리의 카라 브룩 (Cara Brook, a postdoctoral Miller Fellow at UC Berkeley)과 그 동료들은 박쥐의 빠른 대사 속도와 이에 맞춰진 빠른 면역 반응이 그 이유 중 하나라는 중 하나라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박쥐는 유일하게 하늘을 능동적으로 비행하는 포유류로 비슷한 크기의 설치류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최대 두 배나 많습니다. 따라서 그만큼 대사량이 많아 면역 시스템의 반응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이에 대응해 바이러스 역시 발빠르게 증식하는 능력을 진화시켰습니다. 


 연구팀은 구체적인 기전을 알기 위해 마르부르그 바이러스 (Marburg virus)의 자연 숙주인 이집트 과일 박쥐 Egyptian fruit bat (Rousettus aegyptiacus)와 헨드라 바이러스 (Hendra virus)의 자연 숙주인 호주 검은박쥐 Australian black flying fox (Pteropus alecto) 및 원숭이 세포를 대상으로 한 바이러스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박쥐 세포의 빠른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인터페론 알파의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빠른 면역 반응을 지닌 박쥐 세포는 바이러스 감염에 빠르게 대응해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상황에서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사진 참조)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가 건강상의 문제 없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박쥐가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되는 이유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쥐를 박멸하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병 예방 대책은 될 수 없습니다. 과일 박쥐는 씨앗을 퍼트려 식물의 전파를 돕는 데다 곤충을 먹는 박쥐는 다양한 해충 개체수를 조절하는 등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박쥐에서 다른 중간 숙주를 통한 사람으로의 전파를 막고 코로나 바이러스 등 신종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범용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중요할 것입니다. 


 참고 


Cara E Brook et al, Accelerated viral dynamics in bat cell lines, with implications for zoonotic emergence, eLife (2020). DOI: 10.7554/eLife.48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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