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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전류를 이용해서 항생제 내성균을 억제하는 패치



 (This bioelectronic device delivers gentle electrical signals to bacteria that prevents the formation of biofilm, stopping dangerous infections. Credit: University of Chicago/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역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항생제 내성균에 듣는 새로운 항생제를 사용하면 되지만, 항생제 개발 속도가 내성균 진화만큼 빠르지 못하기 때문에 항생제 이외의 다른 대안들이 연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카고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 캠퍼스 (University of Chicago and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연구팀은 약한 전기를 이용해 피부 상재균이자 상처 감염을 자주 일으키는 세균인 표피포도상구균 (Staphylococcus epidermidis)을 억제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표피포도상구균은 평소에는 안전한 피부 세균이나 상처 주변에서 생물막을 형성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세균이 내는 물질로 만들어진 생체막인 생물막은 항생제 같은 위협에서 세균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의 주요 기전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표피포도상구균 자체가 항생제 내성을 지녀 더 치료하기 어렵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인체에 자극이나 해가 없는 약한 전류가 표피포도상구균의 생물막 형성을 방해할 것으로 보고 인체 허용 기준치의 1/10 정도 되는 약한 전류를 방출하는 패치를 만들었습니다.

이 패치는 1.5볼트의 약한 전류를 10분 간격으로 10초 동안 방출합니다. 동시에 세균을 억제할 수 있는 pH 5 정도의 약산성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연구팀은 이 패치에 블라스트 (BLAST, Bioelectronic Localized Antimicrobial Stimulation Therapy)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돼지의 피부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블라스트는 생물막 형성 비율을 1/10 이하로 줄여 항생제 없이도 감염을 억제했습니다. 표피포도상구균이 카테터나 기타 인체 삽입 장치에서 생물막을 형성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예방적 치료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세균을 죽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성 발현의 우려도 적습니다. 마지막으로 생물막이 없는 세균은 항생제에도 취약해 내성균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 한데 화학물질 대신 전기로 괴롭히는 새로운 방법이 실제 임상에서 쓰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tech/bioelectronic-wearable-patch/

https://chemistry.uchicago.edu/news/innovative-bioelectronic-device-offers-new-hope-in-the-fight-against-bacterial-infections

https://www.cell.com/device/fulltext/S2666-9986(24)00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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