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포유류가 똑바로 서서 걸은 건 생각보다 최근의 일


 

(Land animals exhibit a continuum of limb postures – ranging from 'sprawled', with the limbs held out to the side of the body, like lizards, to 'upright' or 'erect', with the limbs held beneath the body and close to the animal's midline, like dogs, cats and horses. Upright posture is characteristic of most modern mammals, but when did this key trait evolve? Credit: Peter Bishop)



(Fossil of the early sail-backed synapsid Dimetrodon, from 290 million years ago, one of the species investigated in the study. Credit: Christina Byrd. Museum of Comparative Zoology, President and Fellows of Harvard College.)




(Evolutionary interrelationships of the modern (black silhouettes) and extinct (gray silhouettes) species investigated. The study revealed a complex history of posture evolution in synapsids, and that a fully 'upright' posture typical of modern placentals and marsupials was late to evolve. Credit: Peter Bishop)

현대 포유류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는 다리가 몸통에 수직으로 달려 있어 걷거나 뛰는데 유리할 뿐 아니라 큰 몸집을 지탱할 때도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특성은 이미 공룡시대인 중생대에 완성된 특징입니다.

하지만 사실 3억 년에 걸친 포유류 진화 역사를 살펴보면 처음부터 포유류가 네 발로 서서 걸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포유류의 오랜 조상들은 현재 도마뱀처럼 몸통 양쪽에 다리가 달려 있는 형태로 걷기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피터 비숍 박사와 스테파니 피어스 교수 (Dr. Peter Bishop, a postdoctoral fellow, and senior author Professor Stephanie Pierce)는 현생 포유류부터 3억 년 전 살았던 포유류의 아득한 선조까지 대표적 생물의 골격을 바탕으로 생기계적 모델링 (biomechanical modeling) 기법을 적용해 움직임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포함된 포유류는 2억 9천 만 년 전 거대한 돛을 지닌 채 지상 생태계의 정점에 선 반룡류인 디메트로돈 (Dimetrodon)부터 35g에 불과한 크기의 트라이아스기 후기 수궁류인 메가조스투로돈 (Megazostrodon), 태반 포유류와 유대류를 포함한 수아강 (therian)에 속한 역사적 포유류 등 다양했습니다.

(The study involved digitizing the fossil skeletons of extinct synapsids, creating digital biomechanical models of the musculoskeletal system of the hindlimb, and using these models to compute the limb's ability to apply force on the ground in different directions. The result is a three-dimensional 'feasible force space', which describes what the limb is capable of achieving during locomotion. Credit: Peter Bishop)

그 결과 직립 자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진화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완전한 직립 구조는 생각보다 더 이후에 진화했습니다.

흔히 포유류형 파충류로 불리는 원시적 그룹인 수궁류의 경우 상당히 혼재된 양상을 보였는데, 트라이아스기 후기 공룡에 육상 생태계에서 지배적인 종이 되면서 오히려 수궁류는 다시 기는데 더 유리한 자세로 진화해 생태계의 틈새를 노렸습니다. 현재와 같은 포유류의 수직 직립은 수아강이 진화한 다음에야 일반적인 형태가 됐습니다.

아무튼 직립한 자세는 육상 생활에 더 적합하기 때문에 중생대에 이를 진화시킨 포유류의 조상은 신생대에 새로운 생태계의 주인공이 될 준비를 한 셈이 됐습니다. 생각보단 나중에 진화했을진 모르지만, 늦지 않게 진화한 것입니다.

물론 포유류가 지구 생태계의 주인공이 된 것은 소행성 충돌이라는 우연한 기회 덕분이었지만, 이렇게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 기회를 잡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기회는 미리 준비한 자의 것이라는 이야기가 자연계에서도 통한 사례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10-reveals-mammal-evolution-sprawling-upright.html

Peter Bishop, Late acquisition of erect hindlimb posture and function in the forerunners of therian mammals, Science Advances (2024). DOI: 10.1126/sciadv.adr2722. 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r272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