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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에 사는 선충은 뭔가 다를까?



 (Worms collected in the Chornobyl Exclusion Zone, as seen under a microscope. Credit: Sophia Tintori)


(Sophia Tintori, postdoctoral researcher in NYU Department of Biology (left), and Matthew Rockman, NYU professor of biology (right) in Chronobyl to collect worms. Credit: Maxim Ivanenko)

1986년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지도 이재 40년이 다되어 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원전 주변 반경 30km 지역은 체르노빌 출입금지 구역 Chornobyl Exclusion Zone으로 통제되고 있는데, 사람이 떠난 곳은 역설적으로 동식물의 천국이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위험한 수준의 방사능이 존재하지만, 그게 사람보다 더 해롭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0501697316

과학자들은 이곳의 방사능이 생물체에 구채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해 왔습니다. 뉴욕 대학의 소피아 틴토리 (Sophia Tintori, a postdoctoral associate in the Department of Biology at NYU)와 매튜 록맨 (Matthew Rockman) 교수(사진)는 체르노빌의 동물 가운데 토양에 살고 있는 선충을 연구했습니다.

선충은 토양에 흔한 작은 생물로 한 세대가 짧기 때문에 포유류가 자라는 동안 이미 수십 세대가 번식할 수 있습니다. 체르노빌 정도면 높은 방사선에 유리한 형질이 진화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 셈입니다.

연구팀은 2019년 방사선 방호복을 입고 체르노빌 출입금지 구역 토양 샘플을 구했습니다. 샘플을 채취한 곳의 방사선 수치는 뉴욕과 비슷할 정도로 낮은 경우도 있었고 여전히 인간에게 위험한 수준인 곳도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토양 샘플에서 오스체이우스 티풀래 (Oscheius tipulae) 라는 선충을 15마리 분리하고 대조군으로 다른 장소에서 얻은 같은 종 5마리를 선택했습니다. 선충은 냉동 보관도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여러 세대에 걸친 진화를 쉽게 연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이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의외의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선충들의 DNA에서 방사선으로 인한 손상을 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또 인위적인 방사선 및 DNA 손상에 대한 복구 능력도 살고 있던 지역의 방사선 수치와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O. tipulae 자체가 방사선에 대한 내성을 지니고 있고 각 세대가 짧다보니 방사선에 의한 손상이 누적될 일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우리는 핵전쟁 이후에 바퀴벌레만 살아남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선충이 더 많이 살아남을 수 있는 셈입니다.

메트로 2033 같은 게임의 영향으로 체르노빌 선충이라고 하면 아나콘다 크기에 방서선 체액을 내뿜는 괴물을 상상하게 마련이지만, 실제 생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인한 존재들입니다. 이들은 인간 없는 세상에서 더 잘 살아갈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3-tiny-worms-tolerate-chornobyl.html

Sophia C. Tintori et al, Environmental radiation exposure at Chornobyl has not systematically affected the genomes or chemical mutagen tolerance phenotypes of local worm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4). DOI: 10.1073/pnas.231479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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