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부모의 흡연이 아동의 혈관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준다 ?



 흡연은 흡연자 본인에게도 의심할 나위 없이 매우 해롭지만 무고한 주변인에게 2 차 피해를 준다는 점 때문에 최근 점점 금연 구역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간접 흡연 (Passive smoking) 혹은 2차 흡연 (Second-hand smoke : SHS) 이 비 흡연자에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성인은 물론 소아에서도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미국 암학회 (American Caner Society) 에서는 지금까지의 역학 연구 결과를 종합해 2차 흡연으로 인해서 미국에서만 매년 

 - 42000 명의 비 흡연자가 사망

 - 비흡연자 성인에서 3400 명이 폐암으로 사망

 - 최대 100 만명의 천식을 가진 소아에서 천식과 천식과 관련된 문제를 악화시킴

 - 18 개월 이하 소아 15 - 30 만명에서 하기도 감염을 유발하고 이 중 7500 - 15000 명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함

 -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소아의 경우 중환자 치료/입원 치료/기관 삽관을 하게 될 가능성을 높임

 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연간 경제적 비용은 약 100 억 달러 수준에 이른다고 합니다.



 최근까지 여러 역학 연구를 통해서 간접 흡연을 막기 위해 공공 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실제로 세계 여러나라에서 금연 장소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흡연자가 아닌 사람에게 이렇게 큰 피해를 주는데도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많은 흡연자들이 별로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득이 이와 같은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간접 흡연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금연 표시가 점차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임  Posted sign to avoid passive smoking in York University, Toronto, Ontario, Canada.  Author : Andrevruas at wikipedia)  


 최근 핀란드와 호주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를 통해서 간접 흡연이 소아에서 혈관에 비가역적인 손상 (irreversible damage) 를 준다는 증거가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흡연은 흔히 생각하듯이 폐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동맥 경화를 유발 심근 경색이나 뇌졸증 같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 연구의 주저자인 시에나 갈 박사 (Dr Seana Gall, a research fellow in cardiovascular epidemiology at the Menzies Research Institute Tasmania and the University of Tasmania) 및 그의 동료들은 핀란드에서 2401 명의 피험자가 참여한 Cardiovascular Risk in Young Finns Study (1980 년부터 시작) 와 호주에서 1375 명의 피험자가 참여한 Childhood Determinants of Adult Health study (1985 년부터 시작) 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피험자들이 연구에 참여한 나이는 3 살에서 18 세 사이로 이들은 가정에서 양부모가 흡연자로 간접 흡연에 자주 노출되었던 과거력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성인이 된 피험자들의 경동맥내중막두께(carotid intima-media thickness, cIMT) 를 측정했는데 이는 동맥의 가장 안쪽의 두 층의 두께를 측정하는 것으로 초음파를 통해 쉽게 측정이 가능합니다. 


 그 결과 흡연자 가정에서 자란 피험자들의 경우 본인이 흡연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약 0.015 mm 정도 더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두께 증가는 경동맥의 비가역적인 손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흡연자 가정에서 자란 사람보다 동맥 경화가 더 심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담배는 거의 전신에 해를 입히는 매우 유독한 기호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동맥 경화를 심화시키는 것이 폐암 이외의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기전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흡연자이고 심지어 수십년전에 부모에 의한 간접 흡연에 노출되었을 뿐인데도 이와 같은 비가역적인 혈관 손상이 일어나 평생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자녀를 가진 부모의 금연을 더 강하게 권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흡연에 의한 피해는 폐 뿐만이 아니라 신체 전반에 미칠 수 있음. 이 그림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사실 말초 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음.   Risks form smoking-smoking can damage every part of the body.  25 August 2012  Credit : CDC ) 


 이 연구는 부모 중 한명만 흡연자인 경우 (사실 이 경우가 더 흔할 것 같은데) 에는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검증하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양친이 흡연자인 경우에 cIMT 에 두께에 분명히 차이가 있었던 것이 아마도 노출된 간접 흡연의 양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이 연구의 단점은 부모들이 야외로 나가서 흡연을 했을 경우가 많은 경우 간접 흡연의 양이 감소하게 될 것인데 이 부분까지 다루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양친이 흡연자였을 때 그 자녀에서 수십년 후에 cIMT 의 확실한 증거가 나타났다는 점은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고 간접 흡연에 의한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아무튼 소아 및 청소년기에는 간접 흡연으로도 충분히 해로울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점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간접 흡연을 피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도 금연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사실 가정내 간접 흡연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가족 전체가 처음부터 비흡연자인 것이겠죠. 


 이 연구는 European Heart Journal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1. S. Gall, Q. L. Huynh, C. G. Magnussen, M. Juonala, J. S. A. Viikari, M. Kahonen, T. Dwyer, O. T. Raitakari, A. Venn. Exposure to parental smoking in childhood or adolescence is associated with increased carotid intima-media thickness in young adults: evidence from the Cardiovascular Risk in Young Finns study and the Childhood Determinants of Adult Health Study. European Heart Journal, 2014; DOI: 10.1093/eurheartj/ehu049
  2. E. M. T. Lau, D. S. Celermajer. Protecting our children from environmental tobacco smoke: one of our great healthcare challenges. European Heart Journal, 2014; DOI: 10.1093/eurheartj/ehu09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