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개인 정보 이용에서 소비자 권한 강화 - 개인 정보 유출 줄어들까 ?



 정부는 2014 년 3월 10일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본래 지난 1월 22일 있었던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 의 후속 대책인데 최근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발표시기가 약 2 주 정도 늦춰진 것이라고 합니다. 몇가지 추가 대책을 더 담기 위해서 였던 것 같은데 일단 외형만 보면 확실히 이전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상당히 강도 높은 처벌 규정이 들어갔습니다.  


 우선 이제 한국이 만들고 세계가 함께 쓰는 한류 공공재인 주민등록 번호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최초 거래할 때만 수집할 수 있게 됩니다. 최초 거래시에는 인증 센터와 연결된 전자 단말기에 키보드로 입력하는 방식이며 이후에는 암호화 되어 저장해야만 합니다. 향후 주민등록번호를 통해서 개인을 식별하는 일은 금지되며 신분증이나 기타 다른 수단이 거래시 인증 수단으로 사용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유출했을 경우 다른 개인 정보보다 가중 처벌을 받게 됩니다.  


 고객 정보 수집 역시 필수 정보 6 - 10 개 정도로 범위가 제한 됩니다. 필수 정보에는 이름,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직업, 국적 등이 들어가며 사업 영역에 따라서 기타 정보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 관련 보험이라면 건강 정보) 그러나 그 이외의 고향이나 결혼 여부등의 정보는 필수 정보로 수집할 수 없으며 정보 제공 여부를 고객이 정할 수 있게 됩니다.  


 선택 정보의 경우 이를 거절한다고 해서 서비스를 거부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필수 정보와 선택 정보를 다른 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지금과는 달리 제 3 자에 제공되는 정보의 경우에도 필수와 선택을 구분해서 포괄적으로 동의를 받는 일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일단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이후에는 영원토록 금융사의 재산이 되었던 것도 개선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금융 거래 종료 이후 3 개월 이내로 개인 정보는 폐기해야만 하며 모든 보관 정보 역시 일부 법령에서 정하는 예외를 제외하면 5 년 이내로 폐기해야만 합니다.  


 또 거래 기간 동안에도 고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정보 이용 현황 조회권, 정보 제공 철회권, 연락중지 청구권, 정보보호 요청권, 신용조회 중지 요청권 등이 도입되어 중간에도 정보 제공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수신 거부 의사를 밝히면 영업 관련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은 권리 (Do not call) 를 보장해야 하는 것도 새롭게 추가된 내용입니다.  


 앞으로는 금융사의 SMS 관련 영업도 크게 제약을 받을 예정입니다. 영업 목적으로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전화나 이메일의 경우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라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처벌 역시 강화되어 개인 정보를 유출한 금융사는 매출의 1% 가 아닌 3% 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했으며 개인 정보 유출이 없더라도 금융사가 개인 정보 보안을 소홀이할 경우 매길 수 있는 과태료도 5000 만원으로 상향했습니다. 또 불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3 년내로 재발하는 금융사의 경우에는 해당 금융회사의 허가를 취소하기로 하는 등 처벌 조항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불법 개인 정보를 사용해 영업하는 경우에도 처벌이 대폭 강화됩니다. 매출의 최대 3% 의 징벌적 과징금 부여는 물론 첫번째 적발시 6 개월 이하의 영업 정지, 3 년내 2회 적발시 아예 허가가 취소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불법 정보를 활용한 모집인은 5 년간 동일 업종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불법 개인 정보를 이용한 영업에 대해서 철퇴를 내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일단 마지막에 보는 것과 같은 불법 개인 정보 사용시 가중 처벌은 매우 유용한 조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불법 개인 정보 유출이 끊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딘가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불법으로 유출시킨 개인 정보를 사용하는 업자에 대해서 강력한 단속과 징계를 가한다면 불법 정보 유출을 100% 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부의 대책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현행 법률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여야가 쉽게 합의해서 통과되면 모르지만 올해 역시 여야가 극한대립을 하게 되면 쉽게 법령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이번 조치는 금융사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사실 개인 정보 유출 피해가 금융 기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이를 신중하게 확대하는 것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개인 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 기업 및 공공 기관, 병원 등에서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개인 정보를 취급하는 각 기업과 기관은 형식적인 보안 책임자를 선정하는 데서 벗어나 앞으로는 겸직이 금지되는 보안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임명해야 하며 CEO 는 매년 매분기 보안 상태를 보고 받아 기록으로 남기는 법도 같이 추진 중에 있습니다.  


 기업 경영진과 개인 정보 취급 기관의 경영진들은 이와 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최근 엄청난 피해를 본 다른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큰 피해를 본 카드사나 통신사가 최근에 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유출된 것이 나중에 발견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법이 바뀌기 전부터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