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1 억 5 천년전의 최상위 포식자 발견 - Torvosaurus gurneyi



 포르투갈의 과학자들이 1 억 5 천만년전 유럽 대륙위를 활보했던 가장 거대한 포식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3 억년전 존재했던 초대륙 판게아 (Pangaea) 가 갈라지면서 2 억년전 지구의 대륙은 크게 북쪽의 로라시아 (Laurasia) 와 남쪽의 곤드와나 (Gondwana) 로 나눠지는데 아직 로라시아의 북미판과 유럽판이 완전히 갈라지기 전 지금의 콜로라도와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는 쥐라기의 대형 육식 공룡인 토르보사우루스 (Torvosaurus) 가 살고 있었습니다. 


 1979 년 첫번째 화석이 발견된 토르보사우루스는 토르보사우루스 탄네리 (Torvosaurus tanneri) 라 명명되었는데 최대 9 미터에 달하는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로 쥐라기의 최상위 포식자 그룹에 속했습니다. 두발로 걷는 이 대형 수각류는 외형상 다른 대형 수각류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실 전혀 다른 종류의 수각류로 티라노사우루스 보다 8000 만년 전 이전에 살았습니다. 


 포르투갈의 신리스본 대학의 크리스토프 헨드릭스 (Christophe Hendrickx, a Ph.D. student at the New University of Lisbon in Portugal) 는 포르투갈 중서부의 로리나 지층 (Lourinha Formation) 에서 토르보사우루스의 상악골과 이빨을 포함한 화석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이 화석이 T. tanneri 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토르보사우루스속 가운데 유일하게 알려진 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를 계속해서 연구한 결과 기존의 T. tanneri 화석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헨드릭스는 지도 교수인 옥타비오 마테우스 (Octavio Mateus) 에게 문의한 결과 토르보사우루스의 새로운 종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Torvosaurus gurneyi 라 명명했습니다. 비록 화석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근연종과의 비교를 통해 연구자들은 이 표본의 주인공이 거의 10 미터 길이에 대형 포식자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Torvosaurus gurneyi 의 복원도  Artwork by Sergey Krasovskiy )     


 1 억 5 천만년전 쥐라기 시절 T. gurneyi 는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럽에서 발견된 육식 공룡 가운데 가장 거대한 것이라고 하네요. 두개골의 전체 길이만 약 1.2 미터 정도로 T. rex 보다 약간 작긴 해도 당대의 최상위 포식자 노릇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포식자도 먹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죠. 


 사실 복원도에서 보듯이 쥐라기 시절 이 지역에는 다양한 공룡들이 함께 존재했습니다. 거대한 네발과 긴 목을 지닌 초식 공룡에서 작고 빠른 수각류 공룡, 그리고 깃털을 지닌 깃털 공룡과 원시적인 조류 비슷한 생물까지 1.5 억년 전의 유럽 남부는 쥐라기의 세렝게티라고 부를 만한 다양한 공룡들이 번성하던 지역이었습니다. 마치 오늘날 대형 초식동물의 무리와 사자에서 치타, 하이에나, 재칼 같은 다양한 크기의 포식자가 함께 번성하는 아프리카 초원지대와 같은 상황이었겠죠. 


 언론이나 대중들은 대형 육식 공룡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이런 포식자가 당시의 주요 대륙에서 대부분 존재했다는 사실에서 다양한 공룡이 크게 번성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럽 최대의 육식 공룡 발견 소식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Christophe Hendrickx.  Octavio Mateus. Torvosaurus gurneyi n. sp., the Largest Terrestrial Predator from Europe, and a Proposed Terminology of the Maxilla Anatomy in Nonavian Theropods. PLOS ONE  Published: March 05, 2014DOI: 10.1371/journal.pone.008890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