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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섭취에 숨어 있는 인류 진화의 비밀



 포유류는 어렸을 때 엄마의 젖을 먹으며 자라긴 하지만 성체가 되면 더 이상 여기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단 한 종의 동물이 거의 유일한 예외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인간입니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로 반려 동물에 우유를 먹이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적 상태에서는 볼 수 없는 경우이므로 논외로 함) 인간은 성체가 된 이후에도 주로 소에서 나온 우유를 대량으로 섭취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일부 인류 집단은 포유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성체된 이후에도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락타아제 지속성 (lactase persistence) 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유나 우유는 물론 포유류의 젖에는 이당류인 유당 (Lactose) 이 대량으로 들어있는데 아직 젖먹이인 포유류의 새끼들은 이를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 (Lactase) 를 분비해서 유당을 분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성체가 되면 이것이 필요없어지기 때문에 락타아제를 정상적으로 분비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유를 먹으면 유당 때문에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락타아제 지속성을 가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죠. 


 이미 이전 포스트에서 락타아제 지속성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 http://jjy0501.blogspot.kr/2014/01/The-Origin-of-Lactase-persistence.html 참조) 일부 인류 집단이 유당을 분해하는 능력을 획득한 것은 아마도 가축을 길들인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전에 설명한 것 처럼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성인이 되어서도 가지고 있으면 우유를 먹고도 설사나 복통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고 이것은 목축을 하는 집단에서는 상당한 생존상의 이점을 가져왔을 것입니다. 먹을 게 부족한 환경에서는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개체가 적자 생존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컵에 든 우유. 식량 부족에 항상 노출되었던 5000 - 10000 년 전의 인류에게는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소화시켜야 할 음료였겠죠.   Author : Janine Chedid )  


 락타아제 지속성의 진화에 대한 과거 흔한 가설 가운데 하나는 우유가 햇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비타민 D 와 칼슘의 주된 공급원이었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북유럽 인종에서 락타아제 지속성이 90% 까지 나타나고 아시아 인구 집단에서는 10% 에 불과할 만큼 낮은 것은 그렇게 설명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진행된 인류 집단간의 유전자 연구는 사실 인류 전체로 본다면 가축화와 이로 인해 동물의 젖을 주식으로 삼게 된 것이 락타아제 지속성의 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햇빛이 풍부한 아프리카와 중동에서의 락타아제 지속성의 진화는 이를 적극 지지하는 내용입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알레사 란시아로 (a postdoctoral fellow in Penn's Department of Genetics in the Perelman School of Medicine) 와 사라 티쉬코프 (Sarah Tishkoff, a Penn Integrates Knowledge Professor with appointments in Penn Medicine's Department of Genetics and Penn Arts and Sciences' Department of Biology) 는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에 실릴 논문에서 아프리카에서 락타이제 지속성의 진화가 명백히 가축화와 연관이 있었음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연구 결과에서 더 흥미로운 점은 인류에서 락타아제 지속성의 진화가 사실은 수렴 진화의 사례라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케냐, 탄자니아, 수단 등 아프리카 각지에서 모은 혈액 샘플 연구를 통해서 락타아제를 인코딩하는 LCT 유전자의 활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를 연구했습니다. 63 개의 서로 다른 인구 집단으로 구성된 819 명의 유전자와 9 개의 서로 다른 인구 집단으로 구성된 154 명의 비 아프리카인의 유전자 변이는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인에서 락타아제 지속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변이인 T-13910 의 경우 북부와 중부 아프리카의 유목민 집단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북쪽에서 내려온 비 아프리카계와의 혼혈의 결과이며 이 유전 변이의 역사는 아마도 5000 - 12300 년 사이인 것 같다고 합니다. 다른 변이인 G-13907 의 경우 수단 북부와 에티오피아, 케냐에서 나타나며 아마도 5000 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탄자니아와 케냐에서 남부 아프리카에서 보이는 C-14010 의 경우 3000 - 7000 년 정도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유전자 돌연변이들은 다 다른 위치에서 생겼지만 그 역할은 동일합니다. 이 변이들은 모두 락타아제 지속성을 일으켜 성인이 되서도 우유를 잘 소화시키게 도와줍니다. 즉 유전형 (Genotype) 은 다르지만 표현형 (Phenotype) 은 동일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당연히 이들이 모두 다른 인구 집단에서 다른 시기에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목적은 동일합니다. 가축을 키우는 인구 집단에서 더 잘 우유를 섭취하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티쉬코프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수렴 진화 (계통이 다른 생물들이 유사한 형질을 개별적으로 진화시키는 과정) 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We're starting to paint a picture of convergent evolution) 라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계통이 서로 완전히 다른 경우는 물론 아니지만 서로 다른 지역에 있던 인구 집단이 비슷한 선택압을 받아서 동일한 형태의 형질을 독립적으로 진화시켰다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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