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223 - 태양계의 9 번째 행성은 없다 ?


 

 오랜 세월 과학자들은 태양계의 9 번째 행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1930 년 클라이드 톰보 (Clyde Tombaugh)가 명왕성을 발견 했을 때로 이후 한동안 명왕성은 태양계의 9 번째 행성으로 불리게 됩니다. 하지만 관측이 진행되면서 명왕성은 카이퍼 벨트와 그 근방에 존재하는 대형 소행성의 하나라는 것이 확실해 졌고 결정적으로 명왕성 보다 더 큰 천체가 발견되므로써 행성으로써의 지위를 잃고 왜행성 (dwarf planet) 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들어가게 됩니다. 


 1846 년 해왕성이 발견되었을 무렵 과학자들은 아마도 해왕성 궤도 밖에도 다른 행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행성 X (Planet X) 라고 불렀습니다. 이를 찾기 위한 노력은 현재도 계속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근에 가장 논란이 되었던 주장 가운데 하나는 바로 티케 (Tyche) 라는 행성이 카이퍼 벨트 너머 저 멀리 어딘가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22248555 참조)  


 나사는 적외선 영역의 관측을 위해서 2009 년 WISE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를 발사해서 수많은 희미한 천체들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WISE 를 연구했던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오르트 구름에 숨어 있는 태양계의 미지의 행성 '행성 X' 를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가상의 행성에 대해서 티케라는 명칭을 붙였는데 아직까지 그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WISE 에 대해서는  http://blog.naver.com/jjy0501/100122431095  참조)  


 그리고 마침내 WISE 데이터에 분석을 완료한 과학자들은 적어도 WISE 데이터에는 새로운 행성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WISE 데이터를 바탕으로 1만 AU (1 AU 는 지구 - 태양간 거리로 약 1.5 억 km) 이내에는 토성보다 더 큰 천체는 없으며, 26000 AU 이내에는 목성보다 더 큰 천체가 없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그보다 작은 천체가 어딘가 존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순 없지만 목성보다 더 큰 천체가 수만 AU 사이에 존재할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WISE 의 데이터를 통해서 밝혀낼 수 있는 천체의 크기. 적어도 100 AU 도 안되는 위치에 목성만한 행성이 숨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음   Data from NASA's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or WISE, has found no evidence for a hypothesized body sometimes referred to as "Planet X." Credit: Penn State University)   


 이 결과에 의하면 결국 티케가 존재할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상태입니다. 물론 수만 AU 거리에 오르트 구름 어딘가 해왕성급 천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 관측 데이터로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것이 WISE 관측을 통해서 상당히 많은 성과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구 근방의 갈색 왜성을 대거 발견한 것은 WISE 의 중요한 성과입니다. 갈색 왜성은 너무 어둡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시광 영역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WISE 를 통해서는 훨씬 잘 찾아낼 수 있습니다. WISE 는 태양에서 500 광년 이내에 존재하는 어두운 별과 갈색 왜성 3525 개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얼마나 많은 갈색 왜성이 많은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생각보다 갈색 왜성의 수는 적은 것 같다고 하네요. 



(동영상) 


 20 광년이내에서 WISE 가 찾아낸 갈색 왜성은 겨우 5 개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외에도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나 생각보다는 저조한 숫자입니다. 다만 이중에는 지구에서 6.6 광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갈색 왜성 루만 16 (Luhman 16 - 이전 포스트 http://jjy0501.blogspot.kr/2014/02/first-brown-dwarf-mapping.html  참조) 의 발견을 포함 재미있는 관측 결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만 16 의 WISE 이미지  WISE J104915.57-531906 is at the center of the larger image, which was taken by the NASA's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WISE).  Credit : NASA/JPL/Gemini Observatory/AURA/NSF ) 


 앞으로 이 결과에 대해서 천문학자들은 우리 주변에만 유독 갈색 왜성이 적은 것인지 아니면 우주 전체에 갈색 왜성이 생각보다 흔하지 않은 것인지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 물론 WISE 로는 관측할 수 없는 예상보다 더 어두운 갈색 왜성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겠죠.


 이 외에도 WISE 는 무려 7억 5000 만개에 달하는 소행성, 별, 은하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 모든 데이터 (AllWISE 라고 부름) 은 2013 년 11월에 공개되었습니다. 향후 이 데이터를 분석하므로써 새로운 사실들이 대거 밝혀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앞서 이야기 했듯이 행성 X 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정녕 태양계는 행성이 모두 8 개인 것일까요. 사실 어떤 천체를 행성, 왜행성, 소행성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인간에 의한 임의적인 분류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까지 8 개이고 앞으로 추가될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왕성급 전체가 오르트 구름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물론 가능성일 뿐이지만 말이죠. 


 이번 데이터 분석 결과로 티케가 존재할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티케가 실제로 있다면 목성급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작은 크기일 것입니다. 한가지 더 언급하면 가상의 태양의 동반성의 존재 역시 부인되었습니다. 즉 네메시스 (Nemesis) 도 없다는 것이죠. 네메시스가 적색 왜성이든 갈색 왜성이든 간에 태양계 근방에는 그런 비슷한 천체가 없다는 것 역시 확실해 졌습니다.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 아쉽다는 생각도 드네요. 


 참고 


Journal References:
  1. K. L. Luhman. A Search for a Distant Companion to the Sun with the 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4; 781 (1): 4 DOI:10.1088/0004-637X/781/1/4
  2. J. Davy Kirkpatrick, Adam Schneider, Sergio Fajardo-Acosta, Christopher R. Gelino, Gregory N. Mace, Edward L. Wright, Sarah E. Logsdon, Ian S. McLean, Michael C. Cushing, Michael F. Skrutskie, Peter R. Eisenhardt, Daniel Stern, Mislav Baloković, Adam J. Burgasser, Jacqueline K. Faherty, George B. Lansbury, J. A. Rich, Nathalie Skrzypek, John W. Fowler, Roc M. Cutri, Frank J. Masci, Tim Conrow, Carl J. Grillmair, Howard L. McCallon, Charles A. Beichman, Kenneth A. Marsh. The AllWISE Motion Survey and The Quest for Cold Subdwarfs.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4; 783 (2): 122 DOI: 10.1088/0004-637X/783/2/12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