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전기 먹는 박테리아 ?



 수십억년간이 진화를 통해서 박테리아들은 극도로 다양한 대사과정을 진화시켰습니다. 따라서 온갖 화학 물질을 이용해서 ATP 형태의 에너지를 얻어내는 박테리아의 다양성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 하버드 대학의 연구자들이 보고한 새로운 대사 과정은 꽤 놀라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자 자체를 주위 환경에서 끌어다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전자 (전기) 를 먹는 박테리아인 셈입니다.  


 하버드대 자연과학대 교수인 피터 거귀스 (Peter Girguis, John L. Loeb Associate Professor of the Natural Sciences) 와 박사후 과정인 아피타 보스 (Arpita Bose, post-doctoral fellow in Organismic and Evolutionary Biology) 및 그 동료들은 독특한 대사 과정을 지닌 박테리아인 Rhodopseudomonas palustris 을 연구했습니다.


 R.palustris 는 그람 음성균으로 광합성 세균의 하나인 자색 (홍색) 세균 (purple bacteria) 의 하나입니다. 자색 세균은 광합성의 결과물로 산소가 아닌 황화합물을 내놓을 수 있는데 그 중에는 R.palustris 처럼 황이외의 화합물을 내놓는 자색 비황세균 (purple non-sulfur bacteria) 도 존재합니다. R.palustris 는 주변 환경에 따라 무려 네가지의 대사 모드 (photoautotrophic, photoheterotrophic, chemoautotroph, chemoheterotrophic) 를 선택할 수 있으며 탄소 고정은 물론 질소 고정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세균이 연구자들에 의해서 널리 연구된 이유는 바로 광합성의 대사 부산물로 수소를 내놓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균은 오염 물질을 분해하고 그 결과물로 유용한 에너지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바이오 에너지원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R.palustris 의 현미경 사진. 세균은 붉은 색 원이 아니라 뒤에 실타래 처럼 보이는 것.  Credit : U.S. Department of Energy/ OrkRidge National Laboratory  )    


 일반적으로 이런 자색 광합성 세균들은 여러가지 원소들에서 전자를 끌어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R.palustris 의 경우 세포외 전자 전달 extracellular electron transfer (EET) 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전자를 세포의 안팎에서 이동시키며 세포 밖에 있는 전자를 끌고 들어와서 그들의 에너지 대사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넓은 범위에서 말하면 아예 전자 자체를 포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연구팀은 R.palustris 에서 EET 과정을 일으켜 전자를 포식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게 하면 전자 대사 과정의 효율이 1/3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하네요. 


 본래 자연 상태에서 이 세균이 전자를 공급받는 미네랄은 철입니다. 그러나 연구자들의 실험실 테스트에서는 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이 전극을 세균의 콜로니에 넣었을 때 다른 전자가 풍부한 금속에도 반응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 가장 흔하게 의존하는 금속은 철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철금속을 산화철로 바꾸면서 여기서 대사 과정에 필요한 전자를 끌어당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세균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표면에는 철이 흔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전략으로 R.palustris 는 전도체가 될 수 있는 산화철 크리스탈을 주변에 형성하면서 이것이 일종의 전자가 흐르는 회로 역할을 해서 주변에 있는 미네랄에서 전자를 끌어당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R.palustris 자체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전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이런 독특한 생존 전략과 대사 과정까지 지녔는지는 처음 발견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이 세균은 전류를 공급해서 전자를 주는 방식으로 뭔가를 만들도록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이용해서 이 세균의 독특한 응용범위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를 들어 제약 산업) 언급했습니다. 이 연구는 Nature Communications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A. Bose, E.J. Gardel, C. Vidoudez, E.A. Parra, P.R. Girguis. Electron uptake by iron-oxidizing phototrophic bacteria. Nature Communications, 2014; 5 DOI: 10.1038/ncomms439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