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33 년만의 깜짝 선물



 2014 년 3월 17일 BICEP2 Collaboration 에 의해 우주 극초기의 인플레이션 (Cosmic inflation) 및 중력파의 존재가 발견된 것은 과학계의 큰 경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오랬동안 실제 관측 증거를 목이 빠지게 기달려온 여러 과학자들에겐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 참조 http://jjy0501.blogspot.kr/2014/03/first-direct-evidence-of-cosmic-inflation.html 


 그런데 이 선물이 더 특별하게 다가올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초기 급팽창(인플레이션) 이론을 만들었던 이론 과학자들입니다. 1980 년 최초 인플레이션 이론을 주장한 앨런 구스 (Alan Guth) 외에도 여러 과학자들이 인플레이션 문제에 매달렸는데 초기 구스가 주장한 모델에는 공동 충돌 (bubble collision) 이라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점이 해결된 것이 1981 년으로 당시 구소련의 과학자였던 안드레이 드미트리예비치 린데 (Андре́й Дми́триевич Ли́нде, Andrei Dmitriyevich Linde) 가 발견한 새로운 인플레이션 모델 (Slow - roll inflation 모델이라고 부름) 입니다. 참고로 같은 해에 안드레아스 알브레히트 (Andreas Albrecht) 와 파울 스테인하르트 ( Paul Steinhardt) 도 독립적으로 이 이론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서 현재의 인플레이션 이론이 성립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까지 그 직접적인 관측 증거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BICEP2 관측 결과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스탠포드 대학은 현 스탠포드대 교수로 재직중인 안드레이 린데에게 깜짝쇼를 보여주었는데 BICEP2 의 연구자 중 하나인 카오린 쿠오 (Chao-Lin Kuo) 가 린데의 자택으로 찾아가 직접 이 소식을 알려준 것입니다. 1948 년 생인 린데가 이 이론을 발표한 것은 한창 젊은 때인 33 세였습니다. 그 후 다시 33 년이 지난 뒤에야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관측 증거를 발견했으니 단순히 놀라움과 감격을 넘어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동영상    Source : Stanford University) 



(안드레이 린데 교수. 참고로 멀티버스 (Multiverse) 이론을 제창하기도 했음   Mira Zaslove at wikipedia


 50 년만에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확인한 힉스도 그렇겠지만 앨런 구스를 비롯해서 초기 인플레이션 이론의 창시자들은 이 뉴스가 매우 특별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살아서 이번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과학자도 있습니다. 중력파의 존재를 1916 년에 예언했지만 결국 살아 생전에 이를 확인하지는 못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입니다. 98 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렇게 오래전에 예언을 했다는 천재성이 더 놀랍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여러가지 결과들은 그의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비록 중력파에 대한 어떤 실험, 관측적 증거도 살아서는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도 자신의 이론이 옳았음을 알았다면 천국에서라도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1921 년 비엔나에서 강의 중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during a lecture in Vienna in 1921/ public domain  )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