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163 년 만에 자신의 반쪽을 찾은 화석 ?



 근세 이전에는 흔히 증표나 부절로 하나의 물건을 두개로 쪼개서 사용해 왔습니다. 예들 들어 고대 중국에서 부절 (符節) 이란 주로 대나무 막대를 둘로 가른 후 이를 하나는 조정에서 다른 하나는 본인이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이를 맞춰서 본인임을 증명했던 것이죠. 물론 이외에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두개의 물건을 쪼개서 어음이나 아니면 사랑의 증표 등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 갈라진 뼈 한개가 인간에 의해서 163 년만에 자신의 짝을 찾은 극히 드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1849 년 루이스 아가시즈 (Louis Agassiz) 는 백악기말인 7000 - 7500 만년전에 살았던 거대한 고대 바다 거북의 화석을 발견했는데 이를 Atlantochelys mortoni 라고 명명했습니다. A. mortoni 는 3 미터에 달하는 거대 바다 거북으로 첫 골격 화석이 발견되었을 때 앞다리의 상완골 (humerus) 은 절반 정도만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화석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분이 소실 되는 것이 보통인데다 화석화 할 때도 보통 모든 부분이 화석화 되는 경우는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이기 때문에 이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경우에 나머지 반쪽을 찾는 일은 거의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찾으려는 노력 역시 없었습니다. 이 거대 거북이의 화석은 드렉셀 대학의 자연 과학 아카데미 (Academy of Natural Sciences of Drexel University) 에 보관되었습니다. 


 2012 년 아마추어 화석 고생물학자 그레고리 하펠 (Gregory Harpel) 은 아주 큰 바위 같은 화석 덩어리를 발견하고 이를 전문가에게 물어보기 위해 뉴저지 주립 박물관 ( New Jersey State Museum) 에 들고 갔습니다. 이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제이슨 샤인 (Jason Schein, assistant curator of natural history at the New Jersey State Museum) 과 데이빗 페리스 (David Parris, the museum's curator of natural history) 는 이것이 상완골의 화석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습니다.


 특히 페리스는 이 화석이 매우 친숙해 보였는데 농담으로 이 화석이 아마도 19 세기에 발견된 A. mortoni 의 나머지 반쪽 상완골 화석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은 거의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이 가능성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표본을 들고 제이슨 샤인이 드렉셀 대학을 찾아가서 직접 맞춰보기 전에는 누구도 믿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 두쪽의 화석이 완벽하게 들어 맞는 것을 본 박물관의 고생물학 스탭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나머지 반쪽 화석은 발굴 당시 지표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리고 불운하게 당시 연구자가 놓친 것으로 보임) 대개 이렇게 노출된 화석은 주변 암석보다 약해서 쉽게 파괴되거나 아니면 주변 암석과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 경우는 고생물학자들에게도 매우 의외의 결과라고 하네요. 



(163 년만에 만난 두쪽의 화석. 왼쪽에 보이는 것이 새로 발견된 부분이고 오른쪽이 과거에 있었던 부분. The two partial limb fossils from the ancient sea turtle Atlantochelys mortoni fit together perfectly, leaving little room for doubt that they are from the same bone. This discovery surprised paleontologists because the two halves were discovered at least 163 years apart, defying conventional wisdom that most fossils break down after weeks or months of surface exposure. The distal half (shown on the left) was discovered in 2012; the proximal half (at right) has been in the collections of the Academy of Natural Sciences of Drexel University for more than a century and is shown with its original labels. It was first described in 1849. Credit: Drexel University )   


Atlantochelys mortoni  의 복원도와 사람의 크기 비교.  Now that paleontologists have assembled a complete humerus bone from the sea turtle Atlantochelys mortoni, they have more information about the species and its overall size. Prior to the discovery of the bone's missing half, the partial limb in the collections of the Academy of Natural Sciences of Drexel University was the only known fossil specimen of its genus and species. Based on the complete limb, they calculated the animal's overall size to be about 10 feet from tip to tail, making it one of the largest sea turtles ever known. It may have resembled modern loggerhead turtles. In this illustration, it is depicted with the outline of a human diver to indicate scale. The turtle lived 70 to 75 million years ago. Credit: Jason Poole, Academy of Natural Sciences of Drexel University )    




(동영상) 


 과학자들은 백악기의 부드러운 바다 진흙 밑에 이 거대한 상완골이 보존되어 완전한 형태로 화석화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쪼개진 후 발굴 당시에는 서로 분리되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서로 쪼개진 하나의 화석이 이렇게 완전히 보존되었는지는 미스테리지만 아무튼 신기하게 자신의 반쪽을 찾은 화석 이야기였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