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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이야기 227 - 태양계에서 가장 먼 소행성


 
 2003 년 11월 14일, 천문학자들이 세드나 (Sedna) 를 발견한 이래로 10 년 넘게 태양계에서 근일점이 가장 먼 천체는 세드나였습니다. 세드나는 원일점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는 지점) 이 937 AU (약 1400 억 km) 에 달하며 근일점 (태양에서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 도 76.361 AU (약 114 억 km) 에 달해서 태양계의 최외각에 존재하는 대형 소행성 (이나 왜행성) 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2012 년 11월 5일 미국의 국립 광학 천문학 관측소 (NOAO : National Optical Astronomy Observatory) 의 빅터 블랑코 망원경 (Victor M. Blanco Telescope, 4 미터 구경) 에 2012 VP113 이라는 천체가 관측되었습니다. 이후 이 천체에 대해서 1 년에 걸쳐 여러 망원경으로 관측이 진행되었습니다. 크기에 비해서 워낙 멀리 떨어진 천체인 만큼 그 공전 궤도 및 위치에 대해서 매우 신중하고 자세한 관측이 이뤄진 것입니다.  


 그리고 2014 년 3월 26일에서야 이 내용이 Nature 에 실려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새로운 천체는 (현재는 2012 VP113 이라는 명칭을 하고 있음) 근일점이 80.6 ± 2.6 AU 이고 원일점이 446 ± 66 AU 에 달하는 천체로 세드나 보다 근일점이 더 멀리 떨어진 천체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전 궤도는 4274 ± 950 년 정도로 이 천체가 한바퀴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인류 문명이 초창기에서 현대가 된 셈입니다. 크기는 315 - 640 km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12 VP113 의 이미지. 2 시간 간격으로 촬영된 이미지 3 장을 합성한 것으로 2012 VP113 중 첫번째는 붉은색, 두번째는 녹색, 세번째는 파란색임.   These are the discovery images of 2012 VP113, affectionately called 'Biden' because of the VP in the provisional name. It has the most distant orbit known in our Solar System. Three images of the night sky, each taken about two hours apart, were combined into one. The first image was artificially colored red, second green and third blue. 2012 VP113 moved between each image as seen by the red, green and blue dots. The background stars and galaxies did not move and thus their red, green and blue images combine to showup as white sources. Credit: Scott Sheppard and Chad Trujillo )    



(이동하는 2012 VP113. 역시 2 시간 간격   These images show the discovery of the new inner Oort cloud object 2012 VP113 taken about 2 hours apart on UT November 5, 2012. The motion of 2012 VP113 clearly stands out compared to the steady state background stars and galaxies. Credit: Scott S. Sheppard: Carnegie Institution for Science )  



(세드나와 2012 VP113 의 공전 궤도의 비교. 중앙의 동심원은 태양과 외행성의 궤도, 카이퍼 벨트를 의미함. 세드나의 궤도는 오렌지색, 2012 VP113 의 궤도는 붉은 색으로 표시.   This is an orbit diagram for the outer solar system. The Sun and Terrestrial planets are at the center. The orbits of the four giant planets, Jupiter, Saturn, Uranus and Neptune, are shown by purple solid circles. The Kuiper Belt, including Pluto, is shown by the dotted light blue region just beyond the giant planets. Sedna's orbit is shown in orange while 2012 VP113's orbit is shown in red. Both objects are currently near their closest approach to the Sun (perihelion). They would be too faint to detect when in the outer parts of their orbits. Notice that both orbits have similar perihelion locations on the sky and both are far away from the giant planet and Kuiper Belt regions. Credit: Scott Sheppard and Chad Trujillo)  





 현재 위치로만 본다면 2012 VP113 이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태양계 외곽천체는 아닙니다. 2012 VP113 은 현재 약 83 AU (대략 125 억 km) 떨어진 지점에 있는데 사실은 세드나 보다 태양에 더 가까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세드나와 비교했을 때 지름이 절반 수준 정도 되는 천체이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입니다.


 2012 VP113 은 1979 년 근일점을 지나 현재는 태양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세드나 역시 근일점에 가까이 오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런 천체들이 상당히 길쭉한 타원궤도를 돌다가 태양에 가까이 다가선 지점에서 우리에게 발견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근일점에 근접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 사실상 현재 기술로는 관측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카네기 연구소의 스콧 쉐퍼드 (Scott Sheppard) 와 제미니 관측소의 채드윅 트루질로 (Chadwick Trujillo) 는 2012 VP113 이나 세드나 같이 지름 1000 km 급의 왜행성 (dwarf planet) 급 천체들이 안쪽 오르트 구름 (inner Oort cloud) 에 900 개 이상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는 것은 태양계 최외곽에 존재하는 오르트 구름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들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즉 장주기 혜성을 제외한 오르트 구름의 천체들에 대해서 이제 연구가 막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아울러 아직도 연구자들 가운데는 오르트 구름 어딘가에 꽤 큰 천체가 있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목성급의 티케 같은 행성이 있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 배제되고 있지만 (http://jjy0501.blogspot.kr/2014/03/No-Planet-X.html  참조) 여전히 화성급이나 지구 크기의 천체가 오르트 구름 어딘가 있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과연 오르트 구름 저편에 무엇이 존재할 지 현재로써는 확실치 않지만 결국은 알게 되겠죠. 뭔가 또 재미있는 소식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Chadwick A. Trujillo, Scott S. Sheppard. A Sedna-like body with a perihelion of 80 astronomical units. Nature, 2014; 507 (7493): 471 DOI: 10.1038/nature1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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