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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이야기 411 - 달에 있는 용암 동굴 들여다보기




 달에는 용암 동굴(lava tube)이 있습니다. 과거 달에도 화산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죠. 뜨거운 용암이 지표 밑을 흘러간 후 그 빈자리에는 동굴이 생기는데 이런 용암 동굴은 지구의 화산 지형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마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위성에도 용암 동굴이 존재하겠지만, 현재까지 잘 알려진 것은 역시 지구 이외에는 달이 거의 유일합니다. 


 달의 용암 동굴은 나사의 과학자들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지구 이외의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용암 지형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미래의 달 기지 건설 후보로도 자주 거론됩니다. 왜냐하면 달 기지 건설에서 방사선 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달은 지구와 달리 대기와 자기장이 없어 태양과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방사선 입자가 그대로 쏟아지지만, 용암 동굴 안에 기지를 건설하면 이런 문제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더불어 달 표면으로 날아오는 운석 충돌에서도 안전합니다. 이전에도 한번 소개한 적 있죠. 




 나사의 달 탐사선 LRO(Lunar Reconnaissance Orbiter)는 2009년부터 달 표면을 정밀 관측해 왔는데, 달의 용암 동굴 역시 중요한 관측 대상입니다. 그런데 땅속에 있는 동굴을 어떻게 알수 있었을까요? 


 지구의 용암 동굴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지반이 약한 용암 동굴 일부가 함몰되어 일종의 싱크홀 같은 지형을 형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내부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겠죠. 지구에서는 물에 의한 침식 작용이 중요하지만, 달에서는 운석 충돌로 인한 크레이터 역시 이런 함몰 지형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크레이터 주변에 이런 싱크홀 같은 함몰 부위가 많기 때문입니다.  



(달 표면의 함몰된 용암 동굴.  Images from NASA's LRO spacecraft show all of the known mare and highland pits. 
Credit: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



(동영상) 


 달 구덩이(lunar pit)라고 불리는 이런 함몰 지형은 크레이터와 분명히 구분되며 지금까지 200개 정도의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장소 중 일부는 미래 달 기지 건설에 유력한 후보입니다. 상당히 큰 동굴들이 있는 것으로 보여 도시 건설도 문제 없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곳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추가 붕괴 가능성이 없는 장소를 물색해야겠죠. 내부의 공간이 얼마나 큰지 정확히 알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동굴에 로봇이라도 보내지 않는 이상 그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방법은 없습니다.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의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놀라운 신기술을 제안했습니다. 레이저를 발사해 여기서 반사되는 빛을 분석(fires and recaptures scattered laser light)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직접 보이지 않는 구석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대략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문을 살짝 열고 직접 보이지 않는 방향에 있는 사람의 존재를 알 수 있죠. 여기에는 초당 1조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MIT의 초고속 카메라 기술이 응용됩니다. (아래 동영상 참조)    


(반사되는 빛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있는 물체를 알아내는 신기술의 개념도. In this example, the imaging system being developed for NASA sends a pulse of laser light off of a surface and into a nonvisible space to “see around a corner.” With an ultra-fast flash and high-speed camera, the system can reconstruct images of objects the camera never looked at. Credit: Andreas Velten )  




(동영상) 


 이 프로젝트는 나사 페리스코프(NASA PERISCOPE)의 일부로 나사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동굴 안으로 내려가지 않고 달 궤도에서 동굴의 대략적인 깊이와 길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미래 로봇을 보내 탐사할만한 동굴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이 기술이 다른 분야에도 널리 이용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없애고 더 안전한 운전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겠죠.


 아직은 개념 탐색 중인데, 가까운 미래에 달의 용암 동굴 내부 탐사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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