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스와 위성 디스노미아의 상상도. Artists concept of the view from Eris with Dysnomia in the background, looking back towards the distant sun. Credit: Robert Hurt (IPAC) )
(에리스와 위성 디스노미아의 사진. Eris and its moon, Dysnomia, as imaged by the W.M. Keck Observatory in Hawaii. Credit: NASA/ESA and M. Brown/Caltech )
나사의 뉴호라이즌 탐사선은 이제는 왜행성(dwarf planet)으로 강등된 명왕성의 모습을 밝혀냈습니다. 과학자들은 태양계 저 멀리 있는 얼음 천체들을 처음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관측했습니다. 하지만 명왕성보다 더 먼 곳에는 아직도 많은 왜행성이 탐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끌어내리는 데 크게 이바지한 천체가 바로 에리스(Eris)입니다. 에리스는 과거 명왕성보다 약간 더 크다고 생각되었고 이로 인해 명왕성의 지위가 애매해졌습니다. 여기에 에리스 같은 천체가 여럿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결국 천문학자들은 새로 발견된 모든 천체를 행성으로 인정하든가 아니면 명왕성을 행성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을 왜행성으로 격하시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에리스의 발견은 2005년 1월로 거슬러 올라 갈수 있습니다.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Mike Brown)과 그의 동료들은 그해 1월 29일, 2003년 얻어진 이미지를 분석하다 에리스를 비롯한 왜행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참고로 에리스와 같이 발견된 천체는 왜행성 하우메아와 마케마케.) 그래서 처음에는 2003 UB313라는 명칭이 붙었죠.
그리고 그해 10월에는 다시 에리스가 디스노미아(Dysnomia)라는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천문학자들은 에리스의 질량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에리스의 질량을 측정해보니 명왕성의 질량보다 27%나 더 컸습니다. 이것만으로 에리스가 명왕성보다 더 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명왕성보다 무겁다는 점은 확실했습니다.
한편 발견 직후 허블 우주 망원경 측정 결과는 지름이 2,397km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명왕성보다 약간 큰 지름입니다. 이렇게 되면 명왕성을 행성에서 끌어내리든지 에리스를 새로운 행성으로 인정해야 하죠. (사실 처음에 에리스는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으로 소개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이보다 작은 준행성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결국 이들에게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지위가 부여됩니다.
사실 에리스처럼 멀리 떨어진 천체는 정확한 지름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왜행성이 된 에리스에 대한 정밀관측이 이어졌고 나중에 얻은 결론은 처음 관측보다 조금 작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사실 명왕성은 생각보다 80km 정도 더 크다는 사실이 뉴호라이즌의 탐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지금 결론은 이 둘은 거의 비슷한 크기거나 명왕성이 약간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왜행성으로 강등된 명왕성이 억울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게 현재까지 관측으로 이 둘은 판별이 어려울 만큼 크기가 비슷하고 질량은 분명히 에리스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둘 다 행성으로 인정하지 않을 거면 그냥 둘 다 행성보다 작은 천체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명왕성은 태양계의 행성과 비교해서 길쭉한 타원 궤도를 공전합니다. 이것 역시 행성에서 강등된 이유 중 하나죠. 그런데 에리스는 이보다 더해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근일점이 37.91AU(1AU는 지구 - 태양 거리로 약 1.5억km), 가장 먼 원일점이 97.65AU에 달합니다.
공전주기는 무려 558년으로 명왕성의 2배입니다. 1977년 원일점을 돌았기 때문에 현재 거리는 명왕성의 거의 3배에 정도입니다. 태양에 가장 가까이 오는 시점은 2256년에서 2258년입니다. 이렇게 먼 거리에 있어서 에리스는 매우 관측이 어렵고 탐사선을 보내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 그룹이 가장 강력한 망원경을 동원해 이 천체를 연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적어도 에리스가 명왕성과 표면색이 다르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명왕성의 옅은 대기는 태양 에너지와 반응해서 톨린(tholin)이라는 분자를 만드는데, 이로 인해 표면이 적갈색 내지는 어두운 분홍색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에리스는 거의 대기가 없고 이런 반응이 일어나기에는 너무 멀고 온도가 낮아서 거의 흰색에 가까운 표면을 가진 얼음 천체입니다. 참고로 에리스의 표면 온도는 -243.2°C에서 -217.2°C 정도입니다. 햇빛이 밝다면 하얀 얼음 세상을 볼 수 있겠지만, 태양에서의 매우 먼 거리로 인해 표면은 어둡게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어두운 얼음 세상에도 친구는 있습니다. 명왕성이 카론을 비롯한 위성을 거느리는 것과 같이 에리스도 디스노미아라는 위성이 있습니다. 이 위성은 에리스의 1/5 정도 크기로 지름이 340km 입니다. 3만 7천km 거리에서 에리스를 16일 정도 주기로 공전하는데, 크기나 주기로 봤을 때 지구 - 달의 축소 모형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명왕성과 마찬가지로 에리스 역시 다른 위성을 거느리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다만 현재 거리가 멀어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나사의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까지 가는 데 9년이 걸렸습니다. 같은 속도로 에리스까지 가려면 대략 2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에리스 탐사선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미 과학자들은 에리스 이외에 비교적 큰 천체들을 명왕성 궤도 너머에서 다수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 천체 가운데 에리스와 명왕성보다 더 큰 것은 아직 없죠. 물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천체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더 큰 천체가 어딘가 숨어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다만 당분간 이 천체들을 탐사할 우주선은 거리 때문에 발사가 힘들 것입니다. 대신 앞으로 발사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지상에 건설될 대형 망원경을 통해서 더 상세한 관측을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에리스보다 더 멀리 떨어진 더 큰 왜행성이나 사실상 행성 급의 천체가 발견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과연 우주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직 말할 순 없지만, 언젠가 그 답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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