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414 - 왜행성 하우메아




 태양계의 저편에는 명왕성 말고도 많은 왜행성(dwarf planet)들이 존재합니다. 이 천체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는데, 그중에서 오늘 소개할 것은 하우메아(Haumea)입니다.


 하우메아가 발견된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Mike Brown)이 이끄는 연구팀이 하와이의 켁 망원경 이미지에 찍혔던 이미지를 나중에 발견한 것인데, 결국 이 왜행성은 하와이 신화의 여신인 하우메아(Haumea)의 이름을 따서 명칭이 정해집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 천체의 발견을 주장할 수 있는 연구팀이 적어도 하나 더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시에라 네바다 관측소의 호세 루이스 오르티즈 모네로(José Luis Ortiz Moreno)와 그의 팀이 2003년 하우메아의 이미지를 찍은 것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죠. 


 그런데 마이크 브라운의 팀은 이를 2005년 7월 20일 보고했고 오르티즈 팀은 7일 후에 보고했기 때문에 사진을 먼저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정할 우선권은 미국팀에게 돌아갑니다. (참고로 스페인 팀은 고대 이베리아의 봄의 여신인 아테시나(Ateacina)라는 이름을 제안했지만 결국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이름과 관련해서 더 흥미로운 사실은 1955년 팔로마산 망원경 이미지 사진 중에 사실 하우메아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누구도 그런 위치에 왜행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죠. 



(하우메아와 그 두 위성의 상상도. 
Artist's conception of Haumea with its moons Hiʻiaka and Namaka. The moons are much more distant than depicted here./A. Feild (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 )   


(하우메아와 그 위성들.  Keck image of 2003 EL61 Haumea, with moons Hi’iaka and Naumaka. Credit: CalTech/Mike Brown et al.


 하우메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이름이 아니라 사실 이 왜행성이 독특한 특징입니다. 이 왜행성은 지름 100km가 넘는 태양계의 천체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 3.9시간을 주기로 자전하고 있습니다. (표면의 밝기 변화를 고려하면 이렇게 결론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다 지름 1000km 조금 넘는 크기에도 불구하고 원형이 아니라 길쭉한 타원형으로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밀도도 높아서 2.6-3.3g/㎤ 에 달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카이퍼 벨트 천체보다 훨씬 높은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하우메아에 대해서 한 가지 결론밖에 내릴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이 천체가 사실 과거에 큰 충돌을 겪었다는 것이죠. 하우메아는 명왕성보다 약간 태양에서 먼 타원 궤도를 공전 중인데 대략 근일점이 35AU, 원일점이 51.5AU 정도입니다. 이 궤도에는 많은 카이퍼벨트 천체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아마도 하우메아는 본래 훨씬 큰 왜행성이 대충돌을 겪은 후 남은 조각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명왕성 역시 큰 충돌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명왕성과 그 대형 위성인 카론은 그렇게 해서 생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하우메아는 더 심각한 충동을 겪으면서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남은 조각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하우메아의 궤도에는 하우메아 패밀리라고 불리는 수백km 지름의 소행성들이 있는데, 이들이 그 파편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하우메아의 두 위성 역시 그런 식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하우메아는 대략 2,000 x 1,500 x 1,000 km이나 그보다 다소 작은 크기의 타원형 천체로 보입니다. 거리상 크기 측정이 좀 정확하게 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약간 오차가 존재하지만 질량은 위성 덕분에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하우메아는 지구의 1400분의 1, 명왕성의 1/3 정도 되는 질량을 지녔습니다. 


 아마도 가벼운 얼음 부분은 상당수 충돌시 떨어져 나가고 남은 암석질 중심 부분이 많이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베도 매우 높은데 (대략 0.71) 이는 표면은 거의 얼음으로 덮혀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직 하우메아로 보낼 탐사선은 없지만, 만약 탐사선이 직접 가서 본다면 정말 독특한 외형을 가진 천체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우메아와 해왕성의 궤도 공명. The motion of Haumea in a rotating frame with a period equal to Neptune's orbital period. (Neptune is held stationary.) It shows the nominal orbit of Haumea librating in a 12:7 resonance to Neptune. Neptune is the blue (stationary) dot at 5 o'clock. Uranus is green, Saturn yellow, and Jupiter pink. Where red turns to green is where it crosses the ecliptic. Notice that these nodes control the reversal. The animated GIF consists of 14 frames. )


 하우메아의 또 다른 별난 점은 바로 공전 궤도입니다. 이 왜행성은 해왕성과 12:7 궤도 공명을 하면서 284년을 주기로 태양 주변을 공전합니다. 즉, 해왕성이 12번 태양 주위를 돌때 하우메아는 7번 공전하는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이는 두 천체의 상호 중력 작용에 의한 것으로 사실 카이퍼 벨트에는 해왕성의 중력에 간섭을 받는 천체들이 존재합니다. 


 만약 우리가 하우메아로 탐사선을 보낸다면 명왕성을 탐사한 뉴호라이즌스보다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발사 기회는 2025년으로 이 때 발사한다면 14.25년 후에 도착합니다. (그 때 위치는 태양에서 48.18AU) 그러면 우리 세대에 그 독특한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은 탐사선 발사 예정이 없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발사 계획이 제안되었으면 하지만 돈이 드는 일인 만큼 장담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