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가까이 다가간 인공 광합성의 꿈?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바로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연구에 몰두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 전지에서 바로 화학 반응을 일으켜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하는 방식이죠. 이 방법의 장점은 낮에만 생산이 가능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태양전지는 이미 널리 보급되어 있고 앞으로도 더 보급이 되겠지만, 낮시간대에만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태양 화학 전지는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낮에 수소를 생산해서 언제든지 다양한 장소에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더 나아가 수소를 이용해서 다양한 화학 반응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기술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단기간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서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촉매는 이전부터 알려져 있지만, 상업화를 이용해서는 몇 년이고 장기적으로 안정하게 양산이 가능해야 합니다.

 여기에 산소와 수소가 서로 잘 분리되어 폭발 사고의 위험성이 없어야 하며, 높은 에너지 전환 효율성으로 단위 면적당 충분한 생산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리고 종합적으로는 이 모든 과정이 경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촉매와 반응 장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주 단가가 높은 희토류 원소를 사용하는 촉매나 비싼 반응용기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이야기)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미국 에너지부의 인공 광합성 합동 연구(Joint Center for Artificial Photosynthesis (JCAP))팀은 새로운 형태의 촉매와 반응용기를 개발하는 연구를 2010년부터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공 광합성에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간 프로토타입을 내놓았습니다.


((From left to right): Chengxiang Xiang and Erik Verlage assemble a monolithically integrated III-V device, protected by a TiO2 stabilization layer, which performs unassisted solar water splitting with collection of hydrogen fuel and oxygen. Credit: Lance Hayashida/Caltech )
 

(A highly efficient photoelectrochemical (PEC) device uses the power of the sun to split water into hydrogen and oxygen. The stand-alone prototype includes two chambers separated by a semi-permeable membrane that allows collection of both gas products. Credit: Lance Hayashida/Caltech )

 태양에너지를 이용해서 물을 직접 전기 분해하는 데 어려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전해질 수용액이 실리콘이나 갈륨 비소 같은 태양에너지를 잘 흡수하는 물질을 산화(쉽게 말해 녹슬게) 시킨다는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JCAP의 과학자들은 62.5nm 두께의 초박막 산화티타늄(TiO2)을 이용해 막을 분리했습니다. 이들이 만든 태양광 반응 용기는 산소와 수소가 서로 혼합되지 않고 막으로 분리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Illustration of an efficient, robust and integrated solar-driven prototype featuring protected photoelectrochemical assembly coupled with oxygen and hydrogen evolution reaction catalysts. Credit: Image provided courtesy of Joint Center for Artificial Photosynthesis; artwork by Darius Siwek. )




(동영상)

 이들이 만든 반응용기는 매우 작지만 10%라는 좋은 효율을 보였으며 4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대규모의 수소 생산이 가능한 저렴하고 오래가는 반응 장치입니다. 일단 JCAP의 프로토타입은 목표에 가장 가까이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먼 상태입니다.

 근미래에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태양 화학 공장이 대중화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참고


   "A monolithically integrated, intrinsically safe, 10% efficient, solar-driven water-splitting system based on active, stable earth-abundant electrocatalysts in conjunction with tandem III–V light absorbers protected by amorphous TiO2 films." Energy Environ. Sci., 2015, Advance Article DOI: 10.1039/C5EE01786F                                         

  http://phys.org/news/2015-08-artificial-leaf-harnesses-sunlight-efficient.html#jCp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