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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구는 눈덩이가 아니라 슬러쉬였다?



(남극의 돔C 기지에서 찍은 사진. A photograph of the snow surface at Dome C Station, Antarctica, it is representative of the majority of the continent's surface. The photo was taken from the top of a tower, 32 m above the surface.) ​


 과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7억 년전의 지구가 매우 추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적도 지방에서도 빙하의 흔적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구 전체가 빙하가 형성될 수 있을 만큼 추웠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의 평균 기온은 영하 -12 도 이하였을 것입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추운 얼음 세상이었던 것이죠.


 이 시기는 신원생대 크리요지니아기(Cryogenian period)라고 불리며 대략 8억 5000만년 전에서 6억 3500만년 전의 시대입니다. 아마도 이 시기 전체가 다 빙하로 덮혀있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적어도 지구가 매우 추운 시기가 1000만 년 이상 지속된 증거가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눈덩이 지구라고 번역하죠. 상세한 내용은 아래 네이버 캐스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눈덩이 지구를 만든 힘은 태양 빛을 반사하는 얼음입니다. 일단 지구가 얼음으로 덮히게 되면 태양빛의 55-80%를 반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알베도가 높아지는 것이죠. 눈덩이 지구는 이것이 극대화한 케이스로 이를 주장한 과학자 중에는 지구 전체가 1km 두께의 얼음으로 덮혀 있었다고 주장한 이도 있습니다.


 이 시기 생명체들은 열수 분출공이나 온수가 분출되는 간헐천 같은 곳에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나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눈덩이 지구를 끝낸 것은 지금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가스였습니다. 화산 활동에 의해 분출된 온실 가스는 대기 중 온실효과를 일으켜 눈덩이를 녹였고 따뜻해진 지구에는 다시 생명이 번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가 바로 에디아카라 동물군이 등장한 시기죠.


 하지만 이 이론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일단 크리요지니아기에 지구가 매우 추웠다는 데는 대다수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정확히 얼마나 추웠는지 그리고 빙하가 얼마나 바다를 덮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존재합니다.


 나사의 우주 생물학 프로그램(Exobiology & Evolutionary Biology element of the NASA Astrobiology Program)의 지원을 받은 콜롬비아 대학의 린다 솔(geologist Linda Sohl of Columbia University)과 그녀의 동료들은 이 부분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른바 단단한 눈덩이(hard snowball) 이론에서는 적도까지 1km 두께의 얼음이 덮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얼음을 녹이기 위해서는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수백배에 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그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IPCC의 기후 예측 모델로도 사용된 나사의 NASA/GISS Earth System Model (ModelE2-R) 을 이용해서 고기후를 재현했습니다.


 그 결과 좀 더 가능성 있는 모델은 단단한 눈덩이가 아니라 일부는 바다가 노출된 북극해 같은 형태의 지구였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눈덩이가 아니라 슬러쉬볼(slushball) 지구라고 표현했습다. 당시 육지들은 대부분 빙하로 덮혔지만, 적도 부근의 바다는 완전히 얼음에 덮히지 않고 녹아 있었던 상태라는 것입니다.


 물론 눈덩이와 슬러쉬 가운데 어느쪽이 더 적합한지는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우리가 생명체가 존재 가능하다고 보는 거주권(habitable zone)대한 고찰입니다. 지구 역시 표면 온도가 지금보다 매우 낮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당시에도 생명체는 있었습니다. 즉, 액체 상태의 물이 별로 없을 만큼 낮은 기온이라도 사실은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또 어쩌면 표면 평균 기온이 영하의 기온이라도 일부는 얼지 않은 바다가 있는 슬러쉬 형태의 행성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생명체가 살수 있는 행성의 범위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넓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외계 행성 연구에서 가장 흥미롭게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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