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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식의 핵융합 연구 - Tri Alpha Energy


 핵융합은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인 수소를 이용해서 사실상 무한대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꿈의 에너지의 원으로 불립니다. 문제는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수억도의 초고온과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반응 용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핵융합 반응을 일시적으로 일으키는 수소폭탄 개발과는 달리 핵융합 반응을 마음대로 제어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핵융합 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국제 핵융합 합동 연구인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의 경우 무려 200억 달러에 달하는 건설비를 들여서 핵융합 발전기가 아니라 그 전단계의 물건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역시 미국의 국립 점화시설(NIF) 도 4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갔지만, 현실적인 핵융합 발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ITER은 강력한 자기장 안에 초고온 초고압 입자를 가두는 방식이고 NIF는 강력한 레이저를 한 점에 발사해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장치인데, 둘 다 극도로 복잡하고 거대한 시설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과연 실제로 핵융합 반응을 제어할 수 있다고 해도 정말 상업적인 핵융합 반응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품은 과학자들이 존재합니다. 핵융합 제어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하지 않는 이상 경제적인 발전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핵융합 발전이 극복해야할 과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종적인 관문은 역시 경제성입니다.
 오늘 소개할 트라이 알파 에너지(Tri Alpha Energy Inc.)는 독특한 대안을 들고 나온 회사입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라는 점도 독특하기는 한데, 이들이 추구하는 방식은 더 독특합니다.
 이들이 만든 핵융합 반응 장치는 colliding beam fusion reactor (CBFR)라는 종류의 것으로 강력한 이온 빔을 양 끝에서 발사하는 일종의 튜브 같은 장치입니다. 중앙에서 만난 고에너지 이온 입자는 그자체로 자기장을 형성하는 field-reversed configuration (FRC)라는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러면 비싼 장치 없이도 잠시간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형성되는 것이죠.




(CBFR 방식의 C-2 반응 장치의 모식도.  출처: Tri Alpha energy )
 이 방식의 문제는 장시간 초고온 플라즈마 유지가 어렵다는 것인데, 트라이 알파 에너지의 C-2 장치는 이 부분에서 새로운 신기록인 5 ms(밀리세컨드) 를 달성했다는 소식입니다. 온도는 1000만도 정도로 대략 3m 길이에 40cm 정도의 시가 모양 자기장 안에서 달성한 기록입니다. 참고로 C-2는 23m 길이의 장치입니다.
 이는 이전의 0.3ms 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기록이지만, 아직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모델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트라이 알파 에너지는 C-2W라는 업그레이드 모델의 개발을 계획 중이며 여기에서 10배의 고온 을 달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카막 방식이나 혹은 레이저 방식에 비해서 매우 간단한 기계를 통해서 이와 같은 성과를 달성한 점은 고무적이지만, 이들의 목표는 아주 먼 곳에 있습니다. 이들은 독특하게도 B-H(붕소/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려하기 때문입니다. 이 반응은 11B(p,α)αα 혹은 11B(p,3α)이라고 불리는데 아마도 이 회사의 명칭은 여기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붕소-11 동위 원소와 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입니다.

1p + 11B12C
12C4He+8Be
8Be24He
 이 반응을 설명하면 붕소-11이 양성자와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탄소-12가 되고 다시 탄소-12는 헬륨-4와 베릴륨-8로 붕괴되며, 베릴륨-8은 최종적으로 헬륨-4 두 개로 붕괴되는 과정입니다. 즉, 베릴륨과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통해 알파 입자 3개로 (트라이 알파) 분해되면서 에너지를 내놓는 과정입니다.
 이런 독특한 핵융합 반응을 계획한 이유는 보통 핵융합 연구에 많이 쓰이는 삼중수소가 아주 희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구에 풍부한 두 가지 원소를 사용한 것이죠. 두 번째 이유는 중성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방사선 위험도가 훨씬 낮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핵발전소처럼 두꺼운 차폐가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반응은 한 가지 큰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반응이 일어나려면 온도가 30억K에 달해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 반응이 실제로 제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지만, 아무튼 이 회사는 앞으로 계속 도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 현실성을 띄게 되면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죠.
 핵융합 발전은 가능만 하다면 궁극의 에너지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핵융합 반응을 제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죠. 과연 인류가 언젠가 답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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